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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대구미술관의 민성展과 박서보展

안녕하세요? 8번째 해설이 있는 그림의 이승룡 기자입니다.

이번에는 대구시립미술관의 민성과 박서보을 보고 왔답니다.

콘크리트의 물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노출콘크리트 담벼락에 써진 대구미술관 입구~!

 

처음에 페인트도 바르지 않은, 거푸집 구멍이 쿵쿵 찍혀있는 노출콘크리트를 봤을 땐 공사를 왜 하다 말았나~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세련되게 느껴지더라구요. 카페에서도 저런 벽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런 무늬의 벽지를 붙인 것도 많이 판답니다)

 

공사를 하다만 거 같지만 페인트 칠한 콘크리트 벽보다 노출콘크리트가 더 비싸고 고급입니다;;; 매끈하게 벽을 뽑으려면 높은 시공성이 요구되거든요~. 나중에 저렇게 집을 짓고 싶다면 일본의 안도다다오 작가의 작품들(건축물)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올라가는 담벼락은 요렇게 각지게 만든 거푸집으로 벽돌모양을 낸 콘크리트 옹벽이군요.

울퉁불퉁한 모양들은 빛을 받아서 그림자를 만들고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 조형성을 나타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글동글 거품 같은 건 스티로폼으로 거푸집()을 만들었단 의미겠죠?

이거 전공이 건축이다 보니 자꾸 딴 길로 새고 있네요~

 

. 그럼 이제 본론으로~ 이번 전시에 대해서 말씀드릴께요. 흠흠.

 

이번 전시는 민성전과 박서보전입니다.

민성전의 경우 4명의 작가의 기획전으로 구성됩니다. 우리 삶과 정신 속에 내재하는 원형성에 대한 심도 있는 사유를 꾀하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정신성과 풍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民性이라백성의 성격, 성질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까요? 민초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4명의 작가들은 강렬하면서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서보전의 경우 민성전과는 다르게 내적 울림을 전달하는 조형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 그럼 들어가보시죠


우선 1층엔 민성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1 1전시실에는 박생광 작가와 서용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생광 작가의 무당입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이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

 

팜플렛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박생광의 작품세계는 민족혼에 대한 의식에서 비롯되어 70년대 왕릉시리즈, 불교, 무속, 단군으로 진전되는 작업으로 이어져왔다. 중략, 말년의 박생광은 근대사의 왜곡된 역사를 세상에 고발하려는 민족추사적 비장함을 간직한 채 역사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위 사진처럼 무당이라는 작품만 봐도, 우리 민족의 관습이자 전통이었던 무속신앙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란 작품입니다.

 

무당이란 작품과 느낌이 강렬하면서도 유사한 느낌이 나죠? 바로 색깔이 비슷합니다.

 

한국의 색, 전통색인 오방색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당시 미술계에서 거의 외면당하다시피 해 온 우리의 단청이나 탈, 민화, 불화 등의 소재에 몰두하면서 그만의 현대적 조형언어로 정립하였습니다.

 

처음에 쭉 전시하면서 느낀 점은 단청이나 불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크레파스로 밑그림을 그리고 수채물감을 채색한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의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옆 전시실로 가면 서용선 작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박생광 작가의 작품도 강렬하지만 이분의 작품 역시 매우 강렬합니다. 사실 강렬하다 못해 섬뜩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백성들의 생각이란 작품입니다.

 

어떤가요? 빨간색으로 마구 칠한 작품이 정말이지 강렬하면서도 뭔가 민족 한과 비극적인 아픔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지시죠?

 

서용선 작가는 역사, 설화, 현실세태에 대한 서사를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도 시리즈로 전시된 단종애사시리즈는 우리 역사가 지니는 권력의 비극적 사건에 대해서 그의 서정과 기억을 통해 재구성된 화면으로 담아낸 작업입니다.

 

재구성된 화면이란 한 액자에 한가지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화처럼 프레임을 구성하여 그려 넣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뭔가의 이야기, 슬프고 비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탁록의 전쟁은 과거 고조선 때 중국과 우리민족이 싸운 이야기를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이겼다고 전해지는 설화를 듣고 우리 민족이 이겼다는 내용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고조선 때의 신화지만 우리는 역사나 신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것, 여기서 우리의 비극이 있다고 작가는 보고 있습니다. 망각은 인간에게 치유와 동시에 불행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은 항상 반복되어온 권력이 야기하는 인간의 탐욕과 불행들을 이제는 경계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외에 도시인 시리즈’, ‘지하철 시리즈등 권력계층별 인간의 모습이나 도시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일상성에 내재하는 폭력, 현대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두 작가의 작품이 1층에 전시되어 있는데, 두 작가의 작품 모두 너무 강렬하고 선명한 이미지들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 충격을 받은 채로 2층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전까진 잔잔하고 재미있던 전시들(플라스틱데이즈)을 주로 봐왔던 터라 이번 전시처럼 무겁고 심도 깊은 작품들을 감상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하네요.

 

2층엔 황창백 작가와 김종학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황창배 작가의 작품입니다. 수묵담채부터 유채화를 사용했지만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들입니다.

 

밀가루로 빵만 만드나. 수제비도 국수도 만들 수 있다

 

황창배 작가의 작업은 먹, 화선지, 호분 같은 한국화의 재료를 벗어나 아크릴 물감이나 유채 등 서양화의 재료를 끌어들이는가 하면, 소재에 있어서도 전통 동양화나 산수, 인물, 화조, 미화된 관념의 세계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밀가루로 빵이 아니라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은 유채 같은 서양화에 사용되는 재료로도 충분히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료뿐만이 아니라 표현방법에서도 장지 위에 색을 덧칠한다든지 물감을 마구잡이로 뿌리거나 대상을 마구 해체시키고, 심지어 붓 외에도 손이나 나이프를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전통화가가 금기로 여기는 것들을 부정하고 파격을 일삼는 끊임없는 그의 실험정신은 한국화단에 이른바 황창백 신드롬까지 일으켰다고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동양화라고 하면 난초, , 정선과 같은 화풍을 생각하던 저에게 이것도 동양화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인 김종학 작가의 작품입니다.

 

                                                           <-설악산 풍경, ->

 

김종학 작가의 작품은 산, 잡초, 꽃과 같은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소재로 하는 풍경들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가 아닌, 작가의 어려웠던 시기를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자연으로 향해야 했던 예술가로서의 필연성이 녹아 있습니다.

 

설악산에서 머물면서 설악산의 풍경이나 자연을 많이 담아 설악화가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1층에선 공공의 이야기가 주제였다면 2층에는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김종학 작가의 감정이입이 된 듯한 원초적 조형미와 화려한 색채감은 자연의 기운생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고난의 시간들을 이겨내고자 했던 의지가 보입니다.

 

전 숲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아바타를 떠올렸습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워 보였는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또 다르게 보이네요.

 

2층 반대편 전시장으로 가면 박서보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여러 겹의 한지를 올려두고 연필로 긁어내서 고랑을 만들고 이랑은 선을 긋고, 한지를 굳히고 틀을 잡아 만든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색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집에 걸어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섬세한 붓질과 서정적인 색채만으로도 뭔가 포근하고도 시각적인 리듬감은 작가의 호흡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나 작가는 작품의 색을 원하는 색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한가지 작품을 몇 달씩이나 공을 들여 구현해

냈다고 하는데요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주홍색의 작품에 있던 색깔의 이름은…”투명한 가을 홍시색!”, 그 외에 쇠똥색, 연청옥색 등 이름만 들어도 너무 예쁘고 한국적인 색채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대구시립미술관의 경우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여러분께 많은 작품을 직접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들은 7월까지 진행되니 시간되실 때 오셔서 전시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센스 있는 대구시립미술관의 남자 화장실 팻말도 구경하시구요~

 

미소 짓게 만드는 멋진 풍경을 담은 미술관속의 조그만 그림 한 점이 역사와 철학, 그리고 삶의 방식에 울림을 주고 있네요.

 

천천히 걸으면서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러 오시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해설이 있는 그림 ㅣ 엔지니어링실 토건그룹 이승룡 기자>

나, 어떤 사람? 이런 사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계속되는 호기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엔지니어 1人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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