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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

기미년 3 1, 가혹한 일제의 탄압에 화난 조선민중은 대한독립만세 외치며 분연히 일어났다. 일제는 가혹한 무력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3.1만세운동은 우리 근대민족주의 운동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대외적으로는 상해 임시정부수립, 해외독립운동 촉진, 식민지 국가의 민족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3.1만세운동의 의미를 말해주듯, 3월이 되면 전국은 태극기 물결과 만세 소리로 들썩인다.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펼쳐지고, 태극기를 앞세운 만세운동도 지역마다 재현된다. 지금이야 태극기가 나라행사 때만 등장하지만, 한때 우리는 매일같이 태극기를 바라보며 조국사랑을 외쳤던 시절도 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국기 하강식을 알리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손을 가슴에 올렸다. 하다못해 변두리 극장에서 영화 한편 즐기려 해도, 시간만 되면 일동 기립해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해야 했다. 요즘 세대들은 당시 태극기를 바라보며 불태웠던 어른들의 충성스런 애국심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태극기를 바라보는 감흥도 크게 없을 터다. 태극기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다고 한다.

 

태극기 사랑에 평생을 바친 한간난(86) 할머니는 이런 세태가 안타깝고 불만이라고 했다.

사는 나라를 후세에 물려주는 것도 중요해. 하지만 민족정신을 배우고 알리는 중요하다고 . 민족정신이 없다면 돈도 명예도 필요없어. 나라가 없는데 뭐가 있을 있겠어.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데도 처마 밑에 태극기를 다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삼일절이나 광복절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는 날이 오면 으레 마을을 돌아다니며 태극기를 나눠주고 달기를 권한다. 할머니가 사는 영덕에는 여름휴가객이 많아 이들을 만날 때도 태극기 선물을 잊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토록 태극기를 사랑하게 걸까? 할머니는 일제식민지 시절 나라 잃은 설움 태극기를 보며 달랬다고 한다. 그리고 광복이후 다시는 나라를 잃으면 안된다는 의지가 지금까지 태극기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18 해방을 맞았다. 태극기를 손에 할머니 손을 잡고 목청껏 독립만세를 외쳤던 행복했던 기억을 잊을 없다며 한켠에 놓인 태극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당시 해방을 맞지 못했으면 할머니는 정신대에 끌려가야 처지였다. 할머니는 정신대 할머니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일본은 악마 같은 짓을 아무거리낌 없이 했고 반성도 없다 울분을 터트렸다.

 

일본이 싫었어. 초등학교 일본말을 썼다는 이유로 얼마나 맞았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기호미찌 고남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는데, 그것이 싫어 이름을 몰래 혼자 부르곤 했어. 나라 잃은 설움이 그리도 혹독하던지...

 

할머니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억지 부리는 것은 여전하다 인상을 찌푸렸다.

 

놈들은 예전에도 마음대로 침략해 우리나라 사람들 괴롭히면서 너희들 살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했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놈들 뻔뻔한 것은 세월이 지나도 변해. 이럴수록 우리가 태극기를 사랑하고 민족정신에 대해 깊이 되돌아 봐야, 놈들 한테 당하고 살아.

 

할머니는 해방 영덕에 와서 뿌리를 내렸다. 할머니는 산자락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할아버지는 배를 탔다. 자식들에게 공부는 시키지 못했지만, 나라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크게 가질 있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요즘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다. 자식들도 그런 사정을 알기에 함께 살기를 원하지만 할머니는 주변 이웃들과 떠나기 싫어 이곳의 삶을 고집한다. 허리불구로 한번 제대로 없는 상황에다 최근에는 다리까지 좋아져 목발이 없으면 이동조차 불가능하다.

 

그런 몸을 이끌고 태극기를 손질하고, 여름철 지역을 찾는 휴가객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요즘은 태극기 다는 힘들어 이웃들에게 자주 부탁해. 태극기를 소홀히 하면 잠이 안와. 나처럼 태극기를 매일같이 달고 필요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태극기에 담긴 민족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 태극기가 있다는 것이 나라가 있다는 아니겠어. 나라 잃어보니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