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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名劍)이 만들어지기까지

명검(名劍)이 만들어지기까지

 

 

 명검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대장장이의 수없이 반복되는 망치질의 연단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명검은 대장장이의 손에 운명이 결정되지만, 사람은 위기와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조직문화의 형성에 따라 기업이 비상하기도, 쇠락하기도 한다. 비상하는 기업은 위기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친구쯤으로 여긴다. 오히려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 기업도 많다. 한 번의 위기에서도 금과옥조와 같은 교훈을 얻어 위기가 되풀이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http://auto.naver.com/magazine/magazineThemeRead.nhn?seq=6111]

 

 

 일본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인 혼다를 보자. 혼다는 1948혼다소이치로에 의해 창업됐다. 자전거 수리공이었던 혼다소이치로는 자전거에 발전기용 엔진을 붙여 오토바이 자전거를 첫 작품으로 내놨다.

1961, 창업 13년 만에 세계 오토바이 시장을 장악하며 당시 자동차 회사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던 미국 땅에 혼다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기술력을 앞세워 기업경쟁력을 키워가던 혼다는 2003년 꿈에 그리던 혼다 제트라는 비행기를 자체기술로 개발해냈다. 창업주(1991년 사망)가 처음으로 기업을 열 때 누구도 믿지 않았던 목표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회사가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혼다는 의연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독일), 닛산 등 쟁쟁한 자동차 회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혼다가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설립 초장기에 겪은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혼다소치로는 자동차 수리를 하며 부품을 만들어냈지만 기술적 한계와 자금난으로 항상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다. 회사를 도요타에 팔고, ‘혼다기연을 창립해 오토바이로 눈을 돌렸지만 당시 대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손잡고 만든 오토바이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혼다소치로는 독자기술을 끝까지 고집해 흰 연료탱크에 빨간 엔진을 얹은 드림’, ‘벤리등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이 히트를 치며 혼다를 성장시키나 싶더니, 이번에는 오토바이 업체의 난립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혼다소이치로는 스피드의 시대를 예감하고, 오토바이 레이서용 제품 제작에 뛰어들며 위기극복에 나섰다. 혼다가 생산한 슈퍼컵이 각종 오토바이 레이서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세계 시장은 혼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몰아 1986년 참가한 자동차F1경주에서도 그랑프리를 따내며 자동차 시장에서도 안정된 수익을 확보했다. 혼다는 1970년대 석유파동 때는 저공해 자동차 엔진으로, 2000년 들어 미국의 까다로운 배기가스 규제에는 린녹스 촉매로 위기를 이겨냈다. 조직을 통제가 아닌 존재의미 가치 등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낸 혼다에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요즘 철강경기 악화로 포항기업들이 죽을 맛이다. 중국의 공격적 마케팅에 기업성적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큰 위기 없이 성장가도를 달리던 포항지역 기업으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정상화에 속도를 붙이는 기업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 몸집을 줄이고, 신기술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존을 위해 회사도 직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포항지역 기업들이 체질개선돼 다시한번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글.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