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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산업의 미래

철강산업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철강업계가 오랜 불황에 허덕이다보니, 많은 이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한때 세계의 대장간이라고 불리던 철강도시 피츠버그가 철강산업 사양화와 맞물려 쇄락해가는 모양새가 포항을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70년대에 들어 경쟁력을 완전 상실한 피츠버그는 50년대까지만 해도 70만명에 이르던 인구가 40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지독한 환경오염과 함께 도시는 빠르게 죽어갔다. 그러던 피츠버그는 첨단제조산업, 금융, 정보기술, 생명공학, 벤처캐피털, 로봇, 문화`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산업을 도입하며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철강도시에서 지식도시로의 성공적 변화를 이룬 대표 도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 나아가 대한민국의 철강산업을 이끄는 포스코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포항은 포스코가 차지하는 지역 내 경제비중이 70%이상 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포스코의 미래에 대해 지역경제계가 갖는 관심이 크다. 포스코가 힘든 이유에 대해 포항사람들은 세계경기불황이니 중국의 저가철강제품 무차별 공세라는 식상한 분석을 더 이상 내놓지 않는다. 포스코 경영진들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포스코에 매달려 먹고사는 업체들이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해 애쓴 것이 결국 이 꼴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제철의 약진도 포스코를 뒷걸음치게 한 주요원인으로 꼽는다. 무한시장경쟁에서 경쟁자의 출현은 당연한 논리지만 현대제철의 성장이 포항경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포항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철강생산과 관련해 포스코에 설움을 많은 받은 터라, 이를 갈며 해당산업 진출에 목을 맸다. 재벌기업이 가진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철강산업에 뛰어든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와 철강재의 다양한 구색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포스코가 엄청난 시장점유율과 단일고로사의 열연독점을 믿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던 사이, 제조업 중심으로 무장한 현대제철은 내부에 갖춰진 철강수요산업을 활용하며 포스코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포스코가 시장지배력에 무게를 뒀다면, 현대제철은 봉형강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적응력을 가지는데 힘 쓴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 셈이다.

 

철강이 사양화로 가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현대제철이 가진 수직계열화 체제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되레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자기주도로 끌고 가 시장지배력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두 철강사의 불균형 성장이다. 현대제철의 수요시스템이 아무리 강하다고해도, 규모면이나 인적 네트워크면에서 아직은 철강산업의 맏형은 포스코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현대제철과 윈윈하며 철강산업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철강산업의 미래가능성을 부정하고 성장동력을 늦춘다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제조업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제조업이 나라경제의 주춧돌인 우리나라 입장이라면 철강산업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 철강산업은 특성상 일시적 위축은 있지만 결코 사라지거나 없어질 산업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위기에 몰린 포스코가 지금 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해 현대제철도 응원하고 있다. 경쟁관계기도 하지만, 철강산업을 이끌 중요한 동반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 자체화력발전소 등 포스코의 과제가 하나 둘 풀린다면, 철강산업의 과도기를 포스코가 조금 더 수월하게 나지 않을까 한다.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