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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 어떻게 보아야 하나

포항 영암도서관 도서 대출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맨 끝 줄을 보면 빼곡하게 들어선 인문학 서적이 눈에 들어온다. 쉽게 풀어 쓴 책부터 심오하게 이리 꼬고 저리 꼰 책까지 다양한 인문학 서적이 손때를 가득 담은 채 다음 읽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포항 영암도서관

        출처:http://blog.naver.com/poscoob?Redirect=Log&logNo=220347665209

 

인문관련 학과를 나와 봤자 취직도 잘 안되고, 관련 학과 인기도 갈수록 떨어지는데 인문학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단순하게 먹고 살 만하니까, 아니면 교양이 더해져야 가치와 품위를 갖춘 것 같아서, 또 뭔가 알아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면 인문학 강사들의 말처럼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실용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필자가 보기엔 모든게 다 맞는 이유 같다. 이를테면 논어 등을 읽다 보면 경영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고상해 보이기도 하고, 지식이 늘어가는 재미가 있고도 하고, 이처럼 정직성과 실용성을 겸비했기에 인문학이 이 시대에 각광받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 공부를 통해 마음의 힐링, 지식의 힐링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효과가 상당히 있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마음을 다스리는 만능 치료약이 되는 건 아니다. 금세 영혼이 풍족해지고 세련된 교양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출처:http://blog.naver.com/sutopia11?Redirect=Log&logNo=220644543419

 

이쯤 되면 인문학이 도대체 뭘까?’라는 고민을 한번 해봐야 한다. 많은 인문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문학을 정의 하기를,‘질문하는 능력,‘사유하는 능력그 자체라고 한다. 모두가 옳다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파헤치며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의미다. 인문학 관점에서 보면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았다는 죄로 사형을 당한 소크라테스만 봐도 그렇다. 소크라테스는 늘 질문만 던졌고, 그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을뿐더러‘자신까지도 의심하라고 요구한 그의 철학은, 위정자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그에게 죽임이 내려졌다. 소크라테스 시대처럼 질문을 억압하는 사회는 숨기는 것이 많은 사회다.

아테네학당    독배를 드는 소크라테스

좌) 출처: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85606&cid=40942&categoryId=33048        우) 출처:http://blog.naver.com/guarneri?Redirect=Log&logNo=30029766656

 

그럼 요즘 시대는 어떠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질문을 거치고 검증된 사실이야 말로 가장 믿을 만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대인들의 지적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평준화되고 있다.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이 알고 싶은 현대인들의 욕망은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흡수한 뒤 개인의 욕망에 맞게 뱉어내 주는 가장 확고한 학문이 인문학 이라는 점에서인문학 광풍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간혹 최근의 인문학 열풍을 보면 불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인문학 TV프로그램에 나온스타강사가 함부로 입을 열다 큰 사고를 쳤다. 조선시대 미술사를 설명하면서 장승업 그림이라고 극찬한 작품이 생존 작가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화려한 입담으로 청중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약 팔 듯이 인문학을 얘기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달변과 궤변에 능하다. 또 진중한 질문보다는 청중을 꾸짖기에 바쁘다.

 

삶을 고민하라”,“분노해라”,“오늘을 반성하라등 스스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마치 잘 아는 것처럼 꾸며 청중을 압박하기 일쑤다. 인간본연의 문제를 탐구하는 인문학의 취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는 이들의 달변을 보며 아쉬움이 많다.

            

출처 : http://blog.naver.com/zzang5788?Redirect=Log&logNo=80202086300

 

이 같은 인문학의 광풍 속에, 제대로 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분명한 건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常量)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훌륭한 인문학자가 되 있을 거란 사실이다. 포항 지역 도서관에 자리한 인문학 서적에 손때가 끼는 것이 참으로 반갑게 여겨진다.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