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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핵물리학자 故 이휘소 박사, 그리고 우리

 

 

 

소설 '무구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故 이휘소 박사는 '핵무기 과학자'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핵무기는 언젠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특히 독재국가에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되선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과학자였다.

 

 이 박사는 마이애미대 물리학과를 수석졸업하고, 4년만에 석박사를 마친 뒤 펜실베니아대와 뉴욕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게이지이론의 재규격화 '참(Charm)입차 탐색' 등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입자물리학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다. 세계 최고의 물리학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입자물리학 연구팀을 이끌기도 한 그는 안타깝게도 1977년 6월 16일 학회 참석을 위해 길을 나섰다 마주오는 트럭과 정면충돌해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하지만 입자물리학의 위대한 업적과 한국 핵 발전의 근간을 마련한 그를 지금도 세상은 잊지 않고 있다.

 

포항에서도 이 박사를 기리는 학술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포스텍이나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과 같은

학술대회 기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박사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포항의 석학들이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연구개발의 단초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포항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는 지난달 8~12일까지 모두 10개국 60여명의 석학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박사(미국명 벤자민 리)를 기리는 '벤자민 리 석좌교수기념 학술행사'를 열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고온초전도현상과 양자특이성에 대한 강연과 의견을 교환하며 이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행사 참가자들은 이 박사의 업적이 입자물리학 뿐 아니라 한국 핵물리학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봤다.

 

 실제 한국 정부의 지원 속에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을 거듭해온 핵 물리학은 지금 핵 산업의 기틀이 됐고 우리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원자력발전(이하 원전)만 봐도 그렇다. 국내 원전은 총 23기로 세계 6위다. 단위면적당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다. 특히 국내 원전의 47%가 경북동해안지역(경주5기, 울진6기)에 집중돼 있고, 앞으로도 그 수가 더욱 늘 전망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12기를 더 지어 원전비중을 늘이겠다는 계획이고, 그 원전대상지가 경북동해안 지역이 거대한 에너지 공급기지가 되는 셈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만해도 원전정책은 주춤했지만 에너지 수급에 쫓기는 정부는 다시 원전에 대한 안전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후원전이 크게 늘면서 이에대한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가동중단된 원전을 해체할 산업육성이 필요하고 원전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발굴이 필요하다.

 

미국 메인주 위스카셋 지역은 폐로를 진행한 뒤 도시전체가 신성장 산업발굴을 못해 수 십년 동안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원전이 돌아갈 때 받았던 혜택이 없어지고 세금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이 떠나고 도시가 황폐화되는 현실이, 원전을 안고 사는 경북동해안 지역 입장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였다.

 

이 박사의 핵물리학 업적을 이어받아 핵 발전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 힘을, 이제는 노후원전에 대한 마무리산업육성과 신 성장 산업발굴에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글.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simple_sound/220035274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