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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EC Lounge

상상속의 도시, 캐나다 토론토에 가보니...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엘리스 먼로가 쓴 ‘디어라이프(Dear life)’는 총 10편의 단편소설과 4편의 자전적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먼로의 소설에 대해, 문학계는 굉장히 정제된 언어로 인간존재를 담담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설의 작품 배경에는 캐나다 토론토온타리오주의 시골마을이 종종 등장한다.

주인공들 역시 그 작은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시민이다. 그녀는 오로지 사람만을 담고,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설처럼 캐나다 사람들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은 어떨까 늘 궁금했다.

 

마침 12월이 열리는 아침,

기회가 있어 토론토와 온타리오주를 방문하게 됐다. 첫인상은 지척에 있는 미국보다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높은 빌딩은 많은데 사람들의 꾸밈새는 소박했다.

 

식당에서 만난 한 한국인 여성은 “아이 키우고 여자살기 가장 좋은 나라”라며 캐나다 예찬론을 폈다. 또 사람들은 소박하고 여가생활 즐기기가 좋은데다 의료비마저 부담없다고 했다. 게다가 모든 구성원들이 청렴해 도덕적인 문제도 없다며 자신의 이민생활을 한껏 자랑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여전히 말썽많냐고도 되물었다. 사대주의에 가까운 캐나다 자랑이 민망하면서도 부러웠다.

 

하지만 여성의 말과는 다르게, 캐나다에서 보낸 하루하루는 비싼 물가와의 싸움이었다. 미국에서 5%정도면 해결된 상품세가 캐나다에서는 15%나 붙어있기 때문이다. 계산서를 받아보면 항목이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치러야 하는 돈이 많다. 소설 속의 소박한 토론토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이들은 많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가를 즐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의사들의 경우 일정수준의 진료 환자 수를 넘어서면 더 이상 돈을 받지 못한다. 캐나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대략 월 100달러(10만원)만 내면 치과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수술포함)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다 돈을 벌면 벌수록 세금을 왕창 떼 가버리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를 보기 쉽상이다.

놀기 좋은 구조인 셈이다. 의사들이 놀기를 즐기다보니, 병원마다 예약환자로 북새통이다. ‘진료를 기다리다 낫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세금과 규제가 많다보니 돈 벌기가 쉽지 않다. 많게는 번돈의 절반을 세금을 내야한다.

 

스스로 어떤 윤리의식을 갖고 소박한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내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옷차림 등이 촌스러울 수 정도로 수수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고향의 아련함을 전해주는 온타리오주는 어떤가 싶어 찾아봤다. 도시는 조용했지만, 지천이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다. 주민들은 원전에 기대 먹고 살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원전 주변 지역민들이 불안해하고 추가원전건설을 반대한다는 얘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라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일자리도 주고 얼마나 좋은가”라며 맥주를 입에 물었다. “우리에게 원전이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데”라는 그의 말에,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냐”라고 물었다. 그는 “그때도 원전은 계속 혜택을 주겠지”라며 경제적인 부분만 고려했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캐나다 사람이 90%라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경제적`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면 그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캐나다는 속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다.

복지혜택 많고 노는 시간이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처럼 뚜렷한 의식과 세련된 여가를 즐기며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어마어마한 세금과 물가 때문에 럭셔리한 여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자 선택이다. 캐나다처럼 나라의 복지에 기대 적당히 일하고 놀며 살 것인지, 아니면 우리처럼 치열하지만 일이나 직장에서 큰 성취감과 의미를 느끼면 살 것인지. 엘리스 먼로가 그린 소박한 캐나다가 아름답게만 느껴진 것은 현실의 무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8&aid=0002479054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