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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귀와 소박한 가슴의 리더십

열린 귀와 소박한 가슴의 리더십 

 

운이 7할이고 재주가 3할이라는 뜻의 운칠기삼(運七技三). 세상에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는 게 있는 반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운 좋게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있다. 인생사가 운에 달린 것이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뜻의 이 말은 중국 포송령(蒲松齡)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소개된 말이다.

 

운칠기삼을 포항선거판에 대입해보면 묘한 여운이 느껴진다. 포항시장을 노리며 수 십년을 선거판을 누빈 베테랑은 나가떨어진 반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지역을 누빈 인사는 당선됐다. 운칠기삼이 우공이산(愚公移山`쉬지 않고 꾸준히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을 이긴 셈이다.

 

관운(官運)하면 前 포항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올림픽조직원기획실 공채 1기로 공무원이 됐고, 30대에 관선 군수를 지냈다. 이후 자리에 밀려(?) 북경으로 갔을 때 그는 스스로 노력하며 중국통이 됐다. 경북공무원교육원 원장을 지내다, 2006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재선을 포기하고 도지사로 방향을 틀자, 지역에 내려와 공천을 따고 시장에 오르며 재선까지 일궈냈다. 마침 MB정권이 탄생하면서 그의 포항시장 행보는 더욱 빛났다. 동빈운하 등 포항의 굵직한 사업추진도 그의 관운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할 정도다.

 

그렇다면 現 포항시장은 어떤가? 그 분 역시 정말 탁월한 관운을 가진 것 같다. 경찰시절 승승장구한 승진도 부러운데, 이번 시장 선거과정에서도 또 한번의 관운을 유감없이 보여줬다前 시장이 도지사로 방향을 바꿔줬고, 김정재 후보가 여성우선공천을 받았다가 유보`최소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지막까지 위협했던 공원식 후보가 탈락하면서 그는 공천경쟁에서 승자가 됐다 좋은 관운으로 시장은 됐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는 어떨까? MB정권 같은 호기도 없을 것이고, 전임시장이 해놓은 굵직한 사업들과 비교될 일이 많을 테니 일단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박 前 시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은 정말 많이 했다. 외곽순환도로 건설, 포항운하 계통, 영일대해수욕장 정비, 야구장 개장, 감사나눔운동 확산 등 열정과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 시장이 부담을 느낄 만 한 성과다.

정권의 지원도 어렵고, 포항경제의 핵심인 포스코 사정도 힘들고, 여기에다 포항사정에 밝지 못한 그가 경찰행정의 경험만으로 복잡 다변화하는 시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하는 염려도 있지만 그의 관운과 품성을 한번 믿어보자. 열린 귀와 소박한 가슴을 그는 갖고 있다. 사람들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하는 자세도 있다. 지역사정에 정통하지 않지만 그의 예사롭지 않은 귀가 이를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한 관상가는 이 시장을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유연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보다는 상대를 존중하는 듣는 귀를 갖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법가(法家)사상에서 이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망징(亡徵)편 가운데,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는 크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면 나라는 망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공권력을 무시하는 권력집단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이 시장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밝은 귀가 늘 포항발전을 위해 열려있다는 것을 알기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글 :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