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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Story

욕심이 과하면 죄를 낳는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으로 세상이 시끌하다. 검경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조 씨 아들과 내연녀 등 주변 인물이 줄줄이 구속됐고, 은닉자금 추적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경의 수사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과거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 씨 아들은 2011년 중국으로 도피한 아버지로부터 12억원 상당의 위안화를 받아 숨긴 이유로, 조씨 내연녀는 10억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숨겼다가 구속됐다. 중국에서 조 씨의 최측근 강태용이 검거된 이후 현재까지 검경에 구속된 사건관련자는 8명이다. 과거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사건과 관련 검`경 재수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씨 사건의 피해금액은 약 4조원대로 추정될 뿐, 정확한 금액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 씨는 누굴까? 경북 영천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2004년 의료기기 임대 후 수익을 배당하는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돌려막기 식으로 배당금을 줬지만 얼마가지 못해 사기극은 들통 났고, 그는 2008년 중국으로 밀항했다. 2012년 경찰이 그가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직인 없는 사망증 등이 알려지면서 그의 수사가 재개됐다.


포스코도 사기꾼 한명에게 된통 당했다.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었던 전정도씨는 2010년 3월1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주당 9천620원의 저가에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사들였다. 며칠 뒤 포스코는 전 씨로부터 성진지오텍 440만주를 1주당 1만6천331원에 사들였다.  성진지오텍과 인수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얼마 안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스코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은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발목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8억 달러 규모의 키코상품에 가입했지만, 당시 성진지오텍의 연 매출은 2억 달러 정도였고, 연간 원자재 수입금액도 1억 달러에 불과했다. 성진지오텍은 키코로 2천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흑자였던 포스코플랜텍은 합병과 동시에 적자로 돌아섰고, 포스코가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 투입했지만 정상화는 실패했다.


이란 공사대금 8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 씨는 구속됐지만 이미 회사는 엄청난 경영피해를 입은 뒤였다. 사기꾼 하나가 망쳐놓은 회사는 곧 직원들의 삶과 직결됐다.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직원들은 구조조정 등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앞으로 또 어떤 고통이 닥칠지도 모를 정도로 앞날은 불안하다. 직원들은 그가 판결을 통해서라도 횡령자금을 회사로 돌려주길 바란다며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전 씨는 자수성가형 인물로, 울산 정재계에서 씀씀이가 큰 인사로 통한다. MB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친분이 두텁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 씨 회사는 지방중견기업으로 유일하게 2008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남미 순방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정권실세와의 친분 등을 십분 활용한 전 씨는 포스코의 등을 쳤고, 그 여파로 수 백명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전 씨가 죄를 조금이라도 반성한다면 횡령한 돈 부터 내놓고 피해 입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스스로 못하겠다면 법의 힘으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과거 조희팔 사건 수사처럼 찜찜하게 끝내서야 되겠는가.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