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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도전하는 아름다운 삶, 오주선

에둘러 가는 길은 힘들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직선이 좋다. 특히 인생이라면 더욱 그럴 터. 물론 굴곡 많은 인생길에 직선만을 고집할 수는 없지만, 직선 길을 터준다면 마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오주선(49)씨는 직선 공식을 과감히 거부하고, 스스로 생고생을 하는 인물이다.

 

고등학교 시절 태권도 선수로 이름을 알렸고, 대학(용인대) 역시 태권도 학과로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교수라는 직함이나 운동 코치 등으로 일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대신 흙에 미쳤다. 전국을 다니며 살기 좋은 집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20년을 보냈다. 많은 특허와 발명으로 오주선표흙집이 만들어졌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 연하제 부근에 자리한 찜질방 등 그의 손에서 탄생한 흙집 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흙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가 싶더니 돌연 음료를 만들고 싶다며 관련업에 뛰어들었다. 은행에 빚을 내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보니, 15억원. 그는 망설임 없이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공장을 세웠다. 201011월 공장을 세운지 석 달만에 홍삼과 달팽이를 우려 만든 음료를 내놨다. 최근에는 포항 부추로 만든 음료까지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음료는 많은 약재 대신 건강에 좋은 몇 가지 재료만을 넣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달팽이나 부추의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많은 약재를 넣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냄새는 잡겠지만 제품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요. 제품의 기능은 살리면서 냄새를 잡은 것이, 우리 제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씨는 아무리 건강에 좋다해도 먹기 어려우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 음료를 요리하듯이 연구했다고 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옛 요리법과 음식문화 연구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테면 안동지역에서는 부추로 국을 끓여먹는데, 맛을 위해 부추에 콩가루를 입힌다는 것. 그는 이것을 그대로 부추음료에 적용했고,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흙을 만들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음료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똑같다라는 평범한 답을 내놨다. 흙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발효 등이 중요한데, 음료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보물을 보여주겠다며 공장으로 이끌었다. 음료의 기본이 되는 을 정수하는 시설이었는데, 일단 규모부터 대단했다. 미군들이 전쟁터에서 물을 정수할 때 쓰는 기계인데, 오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만드는 정수기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하 암반수에서 끌어온 물을 이곳에서 정수한 뒤 음료로 만든다는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곧바로 살균기 자랑을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큰 통에 불과한데, 안을 들여다보니 그가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 살균력을 높이기 위해 동을 이용해 열선을 깔았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도록 내부를 깊게 만들었다. 설계부터 모든 작업을 혼자 했기 때문에 이 설비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요즘 홈쇼핑에 다시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지난해 달팽이 음료로 홈쇼핑에 진출해 대박을 이어가려는 찰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일본으로 쏠렸고, 그의 첫 홈쇼핑 진출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방송을 통해 음료를 구입한 고객들이 단골이 되자, 그는 홈쇼핑에 재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홈쇼핑 진출이 실패로 끝났지만 저는 확신을 하나 얻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들이 찾아준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는 20년 넘은 승합차를 몰고 다닌다. 사람들이 사장님, 제발 좋은 차 좀 타고 다녀라고 얘기하면 그는 빙긋이 웃고 만다.

 

돈 많이 벌면 좋은 일부터 해야죠. 저만 배부를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멀리 돌아가는 인생을 살지 않았을 겁니다. 먼 길을 돌다보니 구경한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으니 배려하고 베푸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글 : 박승혁 /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