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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박수근, 소박하고 투박한 서민적인 삶과 함께하다.

 안녕하세요 해설이 있는 그림의 이승룡입니다.

 

 이번에는 어느 미술관으로 가볼까 하고 보니 근처 미술관은 한번씩 포스팅을 한 상태군요.

그래서 오늘은 미술관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저도 궁금했던 그림을 선택해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근데 누굴해야하지?

 

 렘브란트? 에곤쉴레? 바스키야? 아님 아예 확 팝아트로 가서 앤디워홀이나 키스해링으로 포스팅을 해볼까….어제부터 계속 고민고민하다가 오늘 아침에 문득 결정했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잘 모르는 작가로 하자. 그림은 많이 봤는데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작가. 그래서 제가 고른 작가는 바로 박수근입니다.

 

 박수근 화백의 이름은 누구나 한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작논란에 한국화 최고가 경신이란 기사도 엄청 나왔고 매우 한국적인 그의 화풍은 자주 볼 기회가 많죠. 잘 못보신 분들도 계신다구요? 그럼 우리회사에서 나눠준 탁상 캘린더 2월달을 보시죠~!

 

 

 

 

(나무와 두 여인 1962. 130x89cm)

 

 

 아기 업은 엄마와 머리에 뭔가를 이고 가는 여인. 그 시대의 생활상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엔 나무가, 그것도 이파리 하나 없는 겨울이라고 말해주는 나무가 서 있네요.

 

 이 작품 하나만 봐도 박수근 화백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난히 많은 뒷모습을 그리셨거든요. 이 그림에서 아이에게 등을 내어 주는 어머니가 바로 박수근의 아내라고도 합니다. 뒷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외로움이나 진실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면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일화를 한번 가져와봤습니다.

 

 박수근의 아내는 금성에 살고 있었고 남편인 박수근은 공무원 생활을 했다.  박수근의 아내 사랑은 지극하였던 같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어머니 같기도 하고 오빠 같기도 하다고 했다. 남편을 어찌나 극진히 사모하였던지 한번은 남편이 닷새간의 휴가를 내어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전철역에서 그에게 올린 인사 례가 사람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전철역에서 남편이 타고 전철이 떠날 안녕을 빌려 극진히 절을 하였는데 전철은 이미 상거가 멀도록 가버리고 말아 얼굴이 붉어져서 혼이 났다고 한다. 후일에 남편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남편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때 일이 웃음꺼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남편이라면 목숨이라도 아끼지 않고 있었던 아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싶다.                        <박수근의 예술세계 >

 

 이 글을 보니 그가 아내의 뒷 모습을 애처롭게 그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나요? 남편이 휴가왔다가 돌아가는 지하철역에서 절을 할 정도의 지극한 사랑. 박수근 화백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그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따르는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그의 그림엔 아내와 아이가 자주 등장 합니다.

 

 

 

 

(휴식. 캔버스에 유채)

 

 이 그림도 나무와 여인이 그림을 차지하고 있네요. 저도 저때 시절은 아니지만 굉장히 낯익은 풍경입니다. 왜일까요? 그건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이처럼 거치면서도 특유의 조형성을 보여주는 그림들은 박수근화백을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에 한명으로 만들었습니다.

 

 국내 경매 낙찰가도 고가라길래 한번 찾아보니 위의 휴식이란 작품은 케이옥션 경매에서 10 5천만원으로 낙찰되었네요. 이런 기사들을 보면 매번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비싸지? 그 이유가 뭘까요?

 

 아낙과 아이, 그리고 서민적인 소재로 거친 화강암과 같은 투박하면서도 거친 재질감(마티에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리고 정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평생의 투철한 작가의식으로 소박한 삶등을 그린 그의 인생이 세대를 초월하여 인간적인 감동을 주기 떄문이라도 하네요.

 

 

 

 

( 좌) 박수근. 아기 업은 소녀 1950년대. / ) 몽실언니 표지 / 하단) 사진. 미상. )

 

 

 정말 그 시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네요. 그리고 익숙한 모습입니다. 아기 업은 소녀의 그림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서인가 본 듯한 기억으로 친근함이 느껴지네요. 이렇게 그의 작품이 친근한 이유는 TV에서 그 시대상을 보고 느꼈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화가 박수근의 삶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서 그가 그림에 대해서, 예술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번 볼까요?

 

 화가 박수근의 삶과 예술은 [서민의 화가]라고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는 곤궁한 시절에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화가 그 자체였다.

 

 1914년 강원도 양구 산골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밖에 다닐 수 없었다. 6.25동란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일 따위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힘들고 고단한 삶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김장철 마른 가지의 고목들...

 

 그는 예술에 대하여 거의 언급한 일이 없고 또 그럴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쓴 [아내의 일기]를 보면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좌. 맷돌질하는 여인. 1940년대)

 

 

 

 

 화가의 이러한 마음은 곧 그의 예술의지가 되어 서민의 모습을 단순히 인상적으로 담아 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용어로 말해서 철저한 평면화작업을 추구하게 되었다. 주관적 감정으로 파악한 대상으로서의 서민 모습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감정에서 독립된 완전한 객체로서의 서민이다.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존재론적 사실주의]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박수근의 그림은 부동의 기념비적 형식이 되었으며 유럽 중세의 기독교 이론과 비슷한 성서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처럼 움직일 수 없는 뜻과 따뜻한 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하여 박수근은 가장 서민적이면서 가장 거룩한 세계를 보여준 화가가 되었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화가로 평가되고 있다.    [朴壽根 1914-1965] (1985. 열화당)[출처] 미술관에 꼬마 피카소 - 아기를 업은 소녀 (!아이베이비북스!(유아도서/교구 공구)) |작성자 권민지민주맘

 

                      

                                ( ) 모자                               ) 나무와 두 여인 1964년 )

 

 

"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 "

 

 그의 말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리기 위해서 유채화 물감을 나이프와 붓으로 잘근 잘근 깔아서  이러한 질감과 굵은 선으로 단순하고 우직한 화풍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가 왜 이런 마티에르 형식으로 화법을 바꿨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 좌) 굴비 1962                                      ) 연필이 있는 정물 1962년)

 

 박수근의 초기 작품입니다. 50년대 전기까진 정물과 수채화였지만 50년대 이후부터는 마티에르 형식을 차용하면서 이 기법이 주는 정지감 때문에 회화의 대상이 움직임을 나타내는 풍경에서 정적인 인물로 바뀌어집니다. 그리고 후기로 갈수록 색감과 질감이 옅어지는데 64년에서 65년 작품은 매우 밝고 심플한 특징을 보입니다.

 

 

           

            ( 좌). 골목안 1950년대          중앙)기름장수 1953      )절구질하는 여인 1954년 )

 

 이처럼 그의 작품은 가슴속에 추억으로 변이되어 남아있는 그 당시의 힘들고도 따뜻한 모습들을 그대로 담았기에 이처럼 많은 이의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화가 박수근에 대해서 알아가신 것 같나요? 그럼 다음달엔 다른 작가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설이 있는 그림 ㅣ 엔지니어링실 토건그룹 이승룡 기자>

나, 어떤 사람? 이런 사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계속되는 호기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엔지니어 1人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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