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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경제의 미래를 짊어진 오너 3세대들

경제의 미래를 짊어진 오너 3세대들

 

"창업자는 기업을 설립하고, 2세대는 기업을 물려받고, 3세대는 기업을 파괴한다"는 유럽의 격언이,

요즘 포항지역 일부 3세대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

 

최근 포항의 한 기업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30대 초반의 오너 3세대를 본 적이 있다.

뒷짐을 쥔 채 사무실을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자신보다 25년 이상 나이 많은 선배 직원들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모양새가 꼴사나웠다. 2세대와 30년 이상 회사에서 동고동락한 선배 직원들은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예, 예'라는 대답만 짧게 했다. 어차피 의견을 내놓아도 돌아오는 건 '욕'이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최근 이 3세대 오너는 비슷한 처지의 기업 3세들과 어울리며, 나이 많은 직원들을 '휘어잡는' 방법을 터득했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일단 부장급 이상이 내는 제안에 대해 '노(NO)'라는 의견부터 내놓은 뒤,

자신이 구상한 것들을 하나 둘 열거한다. 이후 직원들이 자신의 구상을 얼마나 현실화시키는지를 따져 '상벌'을

내린다.

 

3게 개인의 생각에 매몰된 경영방식이 이어지면서, 이 회사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직원들의 마음이 완전히 떠나버려 생긴 일인지 알 턱이 없는 이 오너는, 직원들의 복지비용을 줄이며 허리끈을 졸라매고

있다.

 

생산활동에 한번 기여한 적 없이 그저 부모 잘 만난 덕에 오너가 되다보니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키워나가는 맛을 알기나 하겠는가. 또 특권의식만 높아지다 보니,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의 팍팍한 삶이 눈에 들어올 리도 없고, 그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일도 없다. '잘난 척'하다 회사를 말아먹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직원들의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노련한 직원들이 하나 둘 사직서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할 사람은 많다'만을 외치고 있는 그를 보며 '이 회사도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에는 지금 많은 기업이 세대교체를 이뤘고, 또 진행 중이다. 앞서와 같은 3세대 오너 사례가 침소봉대돼 열심히 일하는 다른 3세대 기업인들이 오해받아서는 안 되리 테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건 사실이다.

 

창업자는 근면과 성실함, 도전정신으로 기업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경영자 자질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다.

재벌 2세는 창업자의 도전과 실패를 가까이서 보고 배웠기 때문에 경영과 직원과의 관계를 순탄하게 이끌어 회사를 안정기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부터다.

 

창업자의 성공 신화를 직.간접적으로 체득하지 못하고, 그저 아버지가 차려놓은 밥만 먹으며 성장하다보니 경영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없다. 기업가 정신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장개척을 위한 도전과 실험정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략과 사회적 책임인데, 이를 익힐 이유도 기회도 없었다는 점이 3세 경영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대로 미래 경제는 3세대 기업인들에게 달려있다. 지금이라도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1~2세대 기업인들이,

'내 자식은 무조건 누려야 한다는 오만, 내 자식이 남들보다 윗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기업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3세대들에게 전수한다면 미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미래의 경제가 내 어깨에 있다는 사실을, 자부심으로 느끼며 기업을 경영하는 3세대 오너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글.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