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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동해안의 절경을 보존하자

내륙지방 사람들이 경북동해안 지역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바다. 신선한 해산물 등 먹을거리도 그렇지만 바다가 주는 청량감과 휴식이 내륙사람들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다. 포항만 해도 그렇다. 푸른 솔밭과 드넓은 백사장, 깨끗한 바닷물이 어우러진 송도해수욕장이지척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은 주변 상권과 산책로`문화축제 등이 어우러지면서 사계절 사람들이 몰리는 공간이다. 포항지역에 자리한 여러 해수욕장이 축제와 개발바람을 타고 호기를 맞고 있지만, 이곳을 자주 찾는 시민들은 해안선의 달라진 변화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출처 : http://phtour.ipohang.org/phtour/tourist_site/beach/yeongildae/

 

 

최근 전국 연안전문가 400여명이 포항에 모여 연안발전포럼을 통해 동해안 침식현상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만 봐도 시민들의 불안을 실감케 한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해안침식이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물을 제한하기 위한 연안관리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도 바다매립을 가능하면 허기하지 않도록 하는 방침을 밝히며 연안침식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바다 전문가들이 포항에 대거 모여 침식현상에 대해 고민한 것은 경북동해안 해수욕장 곳곳이 모두 공통적으로 모래유실로 인한 아름다운 바다절경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해안가 39곳을 선정해 연안침식 실태 용역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경북 동해안 백사장은 지난 한 해 축구장 면적(7140)10.6배인 76가 사라졌다. 모래 양으로 치면 25t 덤프트럭 7488대 분량이다. 백사장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포항이며, 지난해에만 54785가 감소했다.

백사장 유실은 곳곳에서 쉽게 목격된다. 울진 근남면 구산리~월송리 구간은 모래유실로 남측 해안도로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고, 포항 구룡포해수욕장과 월포해수욕장은 백사장 자갈화가 진행돼 지압판이 연상될 정도다. 도구해수욕장도 파도 등에 의해 토양이 바다로 쓸려가는 토사포락이 진행되면서 인근 군부대 시설물이 파손되기도 했다.

            출처 : http://phtour.ipohang.org/phtour/tourist_site/beach/yeongildae/

 

A(양호)`B(보통)`C(우려)`D(심각) 4가지로 나뉘는 침식등급만 봐도 경북동해안 해수욕장의 위기를 알 수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014년 도내 A등급을 유지한 백사장이 단 1곳도 없다. B등급 8`C등급 27`D등급 6곳 등으로, 침식 위험인 C`D 등급이 전체의 80.5%를 차지하고 있다. C`D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부산 36.4%, 전북 44.4%, 전남 48.4%, 인천`경기 50%, 경남 51.7% 등으로 경북 동해안 해역 침식 위험 정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국적으로 봐도 경북 동해안해역이 전국에서 침식위험 구간이 가장 많은 셈이다.

 

경북 동해안의 해안 모래가 유실되고 있는 원인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무분별한 육지개발과 해양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사업에 있다. 울진 후포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의 경우, 해안선에 퇴적된 모래가 대량 매립되면서 모래가 육지 방향으로 올라오는 길이 사라졌다. 영덕장사해수욕장의 경우도 방파제 영향으로 모래침식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해안 구조물이 주변 해역의 특성 및 수심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지면 해안 침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경북 동해안 해역은 지금 아프지만, 그래도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휴가객들이 찾는 유명한 피서지다. 올해 영일대 해수욕장은 이달 7일 경북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 해수욕장도 25일 개장, 821일까지 피서객 맞이에 들어간다. 각 시군에서도 안전요원 배치와 편의시설 확충, 상거래문화 조성 활동 등을 펼치며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해수욕장 인근 상가는 1년 농사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풍성한 경북동해안의 보물, 해수욕장이 지켜져야 이런 즐거운 분주함도 이어질 것이다. 해수부와 관계기관 등에서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해수욕장을 돈벌이로 여기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려는 이들의 욕심부터 막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