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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진경의 맥 – 영남 청년 작가전

안녕하세요? 포스코플랜텍 엔지니어링실의 이승룡입니다.

이번에 지역 내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해설이 있는 그림>이라는 코너를 맡게 되었습니다. 막상 전시회라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한번쯤 가고는 싶었지만 잘 몰라서 기회가 생기지 않은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 가끔 유명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기도 합니다만, 지역 전시회는 미처 갈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포항에 온지 1년이 넘었지만,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허걱! 그리고 포항시립미술관을 갔을 때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또 한 번 허걱!)

하지만 이번에 포항시립미술관을 직접 찾은 뒤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면서 여러분들께 지역전시회를 소개하고, 작품들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자~ 그럼, 회사에 입사하면서 포항으로 오게 되신 신입 여러분들, 그리고 포항에 사시면서도 어디 갈만한 곳 없나하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 특히 포항에서 데이트 하시는 분, 아이와 함께 주말을 보낼 곳을 찾으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우선 포항시립미술관 위치를 찾아봅니다.

북부해수욕장을 지나 환호해맞이 공원 내에 있습니다.

전 차를 가지고 갔는데 네비게이션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주차시설도 넉넉하게 되어있고 주차비도 무료입니다.

(버스 이용시 101, 102, 105, 200, 700번을 타고 환호해맞이 공원 네거리에서 하차하셔서 해맞이 공원 쪽으로 3분 정도 걸어오시면 됩니다.)

차를 주차하고 해맞이 공원 쪽으로 가니 포항시립미술관(POMA)가 보입니다.

아~ 공원도 엄청 넓고 미술관도 멋지구나…. 그동안 왜 이런 곳을 몰랐지? ^^;; 포항에 놀러오는 친구들한테 북부해수욕장이랑 물회집만 소개시켜 줬던 게 미안해집니다.

해맞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쉬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해가 지기전에 우선 미술관부터 관람하기로 하고 입장하기로 합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하절기(4~10월)의 경우 오전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일부러 미술관 자원봉사자께서 해주시는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왔습니다.
(오전11시, 오후2시, 4시에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 진경의 맥, 영남의 청년작가전입니다

첫 번째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한승협 작가의 ‘역사 앞에서 – 보경사’라는 작품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작품위주로 작업을 하는 작가로, 보경사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 많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잘 안보이지만 실제론 그냥 붓으로 그린 작품이 아니라 점묘화 기법인 점으로 하나 하나 찍어 완성한 작품이랍니다.

옛 건축물과 눈 덮인 풍경을 통해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폭의 비단에 그려 돌돌 말려 있는 듯한 콜라쥬 기법을 통해 말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들도 들춰 보고 싶게끔 만드네요.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8월이지만 겨울의 운치가 느껴집니다.

기념비- 농가와 농부가 있는 풍경 이라는 이규학작가의작품입니다.

어? 뭔가 느낌이 본 듯한데…하고 느낌이 드시나요? 고흐의 작품과 뭔가 느낌이 비슷합니다.

고흐의 돌돌 말려져 있는 듯한 붓칠이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규학 작가의 작품은유화가 아닙니다. 압축 스티로폼인 우드락으로 하나 하나 잘라서 그걸 다시 신문지나 잡지로 싸서 붙였습니다. 생활 주변의 재료인 신문과 잡지로 현실생활을 의미하며 고흐의 작품을 차감하여 현재와 과거문명의 문화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흐의 작품은 책을 통해 많이 봐서 큰 감흥이 없는 반면에 한글이 적혀져 있는 재료를 사용한 작품이나 한국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보니 미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다음 작품을 볼까요?

강형수 작가의 어느 현실주의자의 공상입니다

어렵다. 너구리랑 공상이랑 무슨 관계지? 하는 생각과 함께 너구리가 무엇을 의미할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림만으론 알 수가 없네요.

실제로 이 그림은 하나 하나 작은 펜 선을 그어서 전체 그림을 그렸습니다. 몇 센티미터의 작은 선들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그어서 저렇게 디테일한 그림을 그렸죠.

작가는 말합니다.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하나 하나 선을 그리면서 수행의 과정으로, 마음을 비우는 작업이었다고, 그렇게 마음을 비워나가면서 캔버스를 채우고 빈 마음속에 다시 다른 감성들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작가의 작업과정을 이렇게 듣고 나니 현실주의자의 공상이란 제목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전시회에 오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작은 이미지로 작품들을 봤는데 실제로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하나 하나 찍은 작은 점, 볼펜선, 잡지와 같은 재료들의 사용은 모니터 속의 pixel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의지 작가의 재생-물소입니다.

금색의 블링블링한 조각이 매우 멋집니다. 실제로 보면 더욱 멋집니다. 그림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첫 번째가 크기입니다. 그림으로는 이 작품의 스케일을 파악 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가 재료입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재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 엉덩이에 붙어있는 재료가 뭔지 보이시나요?

양은냄비! 철갑을 두른 듯한 이 황금빛 물소가 실제로는 저렇게 양은냄비와 리벳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양은냄비가 이렇게 멋진 재료가 될 수 있다니특히나 남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소의 뿔과 등허리의 갈퀴가 너무 멋집니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청동 황소상보다 양은냄비로 만든 이 소가 더 맘에 듭니다.

양은냄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물소처럼 양의지 작가는 현대를 대표하는 재료의 사용과 버려진 오브제의 새로운 의미부여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찌그러지고 구겨져 버려진 것들을 주워 모아 생존을 갈망하는 거대한 동물과 같은 구상적 형태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시공간의 흐름을 추적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이야~ 건담 스페셜 에디션과 에반게리온 한정판을 아냐고 이야기 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걸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관람을 하다 보니 어제까지 몰랐던 젊은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남들이 모르는 것을 혼자만 알게 된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하루 종일 걸으면서 처음 보는 쫄쫄이 팬츠를 입은 듣도 보도 못한 귀족의 초상화를 보는 것보다, 이름 모르는 그리스 신들의 누드화보다 포항시립미술관의 양은냄비의 물소와 한글이 적혀있는 신문으로 만든 풍경화가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황소를 지나 한 걸음 한걸음 걸으니 진경의 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화가 펼쳐집니다.

채광호 작가의 장가계입니다.

중국의 풍경이지만 한국적인 화법으로 장가계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뜻하는 진경의 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느낌으로 아름다운 동양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진경의 맥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진경? 진경산수화! 요렇게 연상단어가 생각이 납니다.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겸재 정선이 바로 포항지역 청하의 현감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733년 현감에 제수되어 2년의 짧은 기간에 내연산, 금강전도 같은 명작을 그리며 진경산수화풍을 이룩한 곳이 바로 포항입니다. 이런 겸재 정선의 진경정신이 대대로 이어져 영남지역의 자연주의 회화까지 큰 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경정신이 영남지역의 청년 작가들에게 이어져 독창적인 기법과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화법과 조소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무료로 보는 것 외에도 포항시립미술관 자체도 멋진 공간으로 훌륭한 건축답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처 다 소개해 드리지 못한 많은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아마 하나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으나 작품은 직접 보는 것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소개해 드리고 여러분들께 패스합니다. 천천히 둘러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족들을 위한 Tip>

해맞이 공원이 있어 포항시립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엔 딱인 곳입니다. 어른들은 공원 옆쪽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잔디밭과 아름다운 조형물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해맞이 공원 안에는 포항시립미술관 말고도 어린이 도서관이 있습니다.

잔디밭과 광장에서 놀다가 지겨워지면 여기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포항시립미술관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말에도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이 있으니 블로거 여러분들도 포항시립미술관을 통해 영남지역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포항시립미술관 소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과 추석 당
- 관람시간 : 하절기(4~10월) 오전 10시~7시 / 동절기(11~3월) 오전 10시~6시
- 입장시간 :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 30명 이상의 단체 입장시 사전예약이 필요합니다.
- 관람료 : 무료 (주차장 역시 무료로 주차 가능합니다)

*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는 미술관 자원봉사들의 미술품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진경의 맥의 경우 1시간가량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나 재료에 대한 의미 등은 해설을 들어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가셔서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설이 있는 그림 ㅣ 엔지니어링실 토건그룹 이승룡 기자>

나, 어떤 사람? 이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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