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appy Together

‘의심없이 묵묵하게’ 사진의 길을 걸어 온 이도협 사진가

 "찍는 건 좋은데 찍히는 건 부담스럽다."

 

 포항 육거리에 위치한 포토 에이-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도협(44)씨에게 인터뷰 전 카메라를 들이대니 나온 말이다. 마치 기자가 자신을 집중 인터뷰하는 다른 기자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17살에 카메라를 쥔 이후, 오롯이 사진의 길을 걸어온 그가 다른 이를 위해서 눌렀을 수많은 셔터를 자신이 받는다고 생각하니 쑥스럽다고 했다.

 

 사진작가였던 아버지를 통해 그는 사진을 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장난감보다 사진기를 먼저 만졌으니, 그와 사진의 만남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웠다. 집에 가득 들어찬 사진관련 서적들은 그를 사진의 문턱으로 안내했고, 아버지의 열정적인 작업 모습은 사진가의 꿈을 심어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물론 대학전공으로도 사진을 택했다. 군대에서도 사진을 했고, 사회에서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한길을 걷고 있는 이도협과 사진은 운명처럼 하나로 엮여 언제나 함께 했다.

 

 

 사진기만 잡으면 고집불통으로 변하는 그에게 사진기는 시간의 개념마저 바꿔놓는다. 시간이 얼마가 소요되든,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면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몇 해 전 사진기자로 활동할 때, 그는 포항의 24시간을 시간별로 현장별로 사진을 담아 지면을 꾸몄다.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사진 한 장에 사람들은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고 공감해 줬어요. ‘사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사진을 이야기할 때 한없이 행복하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서일까. 그의 꽤 잘나가는 인기강사다.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수강생들은 그를 열혈강사로 부른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수강생들을 시도 때도 없이 들들 볶아대는 무서운 강사님이지만 어찌 미워하겠는가.

 

 요즘은 한술 더 떠, 수강생들에게 사진 배우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수강생들은 그의 강의가 명품임을 알기에 군말 없이 따른다. 그리고는 학기가 끝난 뒤 현장에서 찍은 훌륭한 사진으로, 그의 강의에 대해 감사함을 대신한다.

 

 

 그에게 어떤 사진이 가장 좋은 것인지 물어봤다.

 

 그는 사진은 관념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도 현장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한 장의 프레임에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은 현장에서만 나온다. 사물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지런히 현장을 뛰어다니는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잘 누비기 위해 체력단련에 많은 신경을 쓴다. 수영장과 헬스장에서 건강을 다진다고 하는데, 그의 홀쭉한 배가 운동 강도를 가늠케 했다.

 

 이런 그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뭘까? 의심할 여지없이 사진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원초적으로 말하자면, 먹고사는 도구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진에 대한 강연을 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세상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죠. 저 역시도 그런 이유로 사진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사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리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여기고 있지만, 카메라가 급속히 디지털화된 것은 그만큼 아쉽다.

 

 “디지털화가 되자, 사람들은 셔터를 마구 누르기 시작했어요. 외국여행가서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들고 빨리빨리 찍는 사람들, ‘백이면 백 한국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어느 날부터 도구에 집착해 사진의 깊은 맛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마구 누르는 셔터가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런 풍요가 좋은 사진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하는 그의 말을 빌자면, 좋은 기술을 잘 사용하면 예전의 아날로그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사진이 만들어진다고.

 

 “전 하고 싶은 게 참 많은데, 늘 시간이 부족해요. 사진도, 강의도 더욱 열심히 하고 싶고 사람들 만나서 술도 많이 마시고 싶어요. 예전의 건전지 선전처럼, 끊임없이 에너지가 솟아나는 백만돌이처럼 말이죠. 인생은 두 번 사는 게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볼 요량입니다

 

 그의 사진이 명품으로 가고 있는 건, 오직 열정으로 현장을 뛰겠다는 그 결벽에 가까운 고집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 박승혁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