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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벗어 버리자

                               편견을 벗어 버리자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과 ‘백조의 호수’에는 낭만적이면서도

 가슴 저미는 선율이 숨어있다. 애잔함으로 점철되는 그의 음악 배경에는 동성애로

인해 생긴 우울증과 신경쇠약이 자리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28세 청년(1868년) 당시 누이동생에게, ‘베라 만큼 훌륭한 여자는 없다.

 

출처:쏘쏘 블로그http://blog.naver.com/kanmxfcnzo?Redirect=Log&logNo=4...   차이코프스키


 

그런데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다니…’라고 편지를 썼다. 여자와의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절망에 좌절했고,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죄스러워했다.

그런 감정이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다보니, 그의 음악이 더욱 애잔하게

 다가왔으리라.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동성애자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유명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외모와 언변까지 모두 뛰어난 당대의 멋쟁이였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귀족 등 젊은 남성들과 사귀다가 19세기 말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동성연애 혐의로 2년간 수감되면서 모든 명예를 잃고 파리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동성애는 남성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남성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소설작법에서 벗어난 장르를 만들면서 20세기 문학의 대표적 모더니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자기만의 방_버지니아 울프 -_작가 버지니아 울프.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559

 

 

 그녀는 1912년 판사출신인 레오나드 울프와 결혼하며 가정생활을 무난히 이어 가는가

 했지만 정서적 유대감은 여성을 사랑하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1922년 비타 색빌 웨스트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졌고,

 ‘올란도’라는 작품을 웨스트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1941년 환청 등 정신착란에 시달리며 자신의 광기가 남편에게 전해질까 두려운 나머지 오즈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과거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음’ 혹은 ‘폐인’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 인물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나도 ‘동성애자’라는 굴레에 묶여버렸다. 컴퓨터 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앨런튜링’ 역시 동성애 혐의로 죽음에 내몰렸다.

앨런 튜링_컴퓨터 공학의 아버지 -_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766

 

 

그는 화학적 거세를 당한 뒤 여성호르몬 주입으로 여성화 되는 것을 견디다 못해

시안화칼륨을 주사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베어 물며, 그는 “사회가 강제로 나를 여자로 변하게 했고, 순수한 여자가 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라고 했다. 그 후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그를 기리며,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이름을 ‘애플’이라고 짓고, 로고 역시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택했다.

 

동성애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은 ‘반(反)자연’에 근거하고 있다. 동양에서 보자면,

‘음양의 순리’를 벗어난 것이다. 그간 결혼은 번식을 위한 것, 다시 말해 사회적 번성이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의미에서 남녀의 결합을 중요시 했다. 그런 전통적인 사랑이,

 최근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영화 ‘쌍화점’에서는 공민왕과 호위무사의 동성사랑을 직접적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동경과 애정의 경계를 모호하게 설정하면서 동성애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동성애가 쉽게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동성애를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 아니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큰 뜻에는 공감하지만, 동성 커플이 자신들의 권리와 실체를 앞세우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구’에서 동성애자 모임이 열린다.

퀴어(queer.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性) 소수자)문화축제 조직 위원회는

대구중심지인 2`28기념공원에서 오는 28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열기로 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미술전시`차별금지법 토론회`퀴어문화제 등으로

 진행된다. 축제위원회는 동성애를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지만, 종교 등

보수단체에서는 이를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욕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주제임이 분명하다. 지금도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글을 쓰면서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어려운 난제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