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appy Together

슈퍼 페더급 한국 챔피언 권혁

대한민국 권투계의 젊은 희망

 

유난히 작은 체구의 아이.

중학생이지만 또래보다는 10cm는 작았다. 그래서인지 힘센 아이들이 그를 자주 괴롭혔다. 아이들에게 몇 대 맞았다고 해서 고자질하기도 부끄러웠던 아이는 폭력을 묵묵히 견뎌냈다.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어머니는 폭력을 휘두른 아이를 나무라는 대신, 아들을 권투 체육관으로 보냈다.

 

강해져라. 그래서 자신도 지키고 남도 지켜주라며 그에게 운동을 권유했다.

 

체육관 관장은 그를 보자마자, ‘맷집과 근성을 높이사며 5년 안에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관장의 장담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스무살 되던 해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이 됐고, 최근 2차 방어전에도 성공했다.

 

 

한국 슈퍼 페더급(58·79kg) 챔피언 권혁(21) 선수.

원래 이름은 권규혁인데, 링에서는 권혁으로 불린다. 부르기 쉬운데다 강한 이미지마저 풍길 수 있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권 선수가 오사카에서 열린 한`일 동양랭킹전에서 니시나가 타즈야를 대상으로 뺏은 승리는 매우 값진 의미를 갖고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홍수환 전 세계챔피언은 “1980년대 이후 한국선수가 일본무대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권혁이 일본무대를 딛고 일어난 것은 한국복싱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라며 권 선수를 추켜세웠다.

 

 

권 선수는 학창시절 폭력을 경험해서인지, 운동 이외에는 어떠한 주먹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주먹을 함부로 쓰는 후배들에게는 누구보다 무서운 선배로 불린다. “운동을 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권 선수의 지론이다.

이처럼 자기관리가 철저한 권 선수지만 음식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먹는 것 참는 게 제일 힘들어요. 링에서 상대선수와 한창 시합할 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조금 있으면 맛있는 거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권 선수는 권투라는 것이 먹는 것을 참아야 한다는 고통만 빼면 최고의 운동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시합이 잡히지 않았을 때는 허리띠 풀어놓고 맘껏 먹는다. 체중이 10kg 정도는 금세 불어나지만, 시합만 잡혔다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빠르게 체중을 조절한다.

 

마른 수건을 짜내듯 체중 조절하는데,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죠라는 그의 말에서 낙천적인 성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권 선수의 가장 큰 강점은 기백이다. 시합에 나설 때면 기백으로 상대선수를 누른다. 지난 3월 군산에서 열린 한국슈퍼페더급 챔피언 2차 방어전에서도 그의 진가는 빛났다. 상대보다 작은 키지만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가며 압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5TKO승을 따낸 권 선수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앞서 상대선수를 찾아가 대단했다는 위로부터 건넸다.

 

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인데, 지고 이기는 마음이 다 똑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입장이 바뀔 수도 있는데, 자만할 수 없죠

 

권 선수는 현재 12111패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권투계의 젊은 희망으로 불릴 만 하다. 그는 오는 716일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동양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권 선수는 “8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영웅 엠마누엘 다피드란 파퀴아오 처럼 되고 싶다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면 꿈은 꼭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그의 태풍 같은 주먹과, 신사 같은 스포츠맨십이 기대된다.

 

 

글/사진 : 박승혁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