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말 하동사람 윗말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노랫말이 참 정겹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경상도와 전라도가 얼마나 잘 섞이지 못했으면 이런 노래까지 나왔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는 대놓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견원지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이 영화가 후속작을 냈는데, ‘경상도-전라도대립각을 뛰어넘을 소재로 경찰집안-도둑집안을 내놨다고 하니 정치적 이유에서 시작된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했다.

 

영화만 보자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릴 거 같은 관계지만 실상은 교류도 많고 친척`친구 등 인간관계도 밀접하다. 공교롭게도 포스코도 포항과 광양 지역에 양 제철소를 운영하며 두 지역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양 지역사람들도 제철소 견학을 겸해 관광차 왕래하며 서로의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유일한 통로 ‘88고속도로도 이름을 바꿔 달았다. 사고가 많아 죽음의 도로라고 까지 불렸던 이곳은 확장 공사를 통해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새롭게 명명됐다.

                                         대구-광주 고속도로 전경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exhappyway?Redirect=Log&logNo=220670580626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는 길이 수월해지면서 올해부터는 광주와 대구에서 선남선녀를 부부로 맺어주는 행사가 열릴 계획이다. 6월에는 광주에서 전라도여성-경상도남성이, 10월에는 대구에서 전라도남성-경상도여성이 맞선을 본다. 6312일 일정으로 광주에서 열리는 맞선 행사는 많은 커플탄생을 바라며 행사명도 달빛 오작교라고 지었다. 행사내용도 재밌다.

광주 관광명소 곳곳을 옮겨다니며 각종 게임 등의 이벤트를 펼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정으로 짰다. 주최측에서는 견우직녀의 설화가 서려있는 오작교에서 보다 많은 커플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역의 우수한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선남선녀 모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 지자체 관계자는 커플이 성사되면 장거리 연애가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되레 거리가 주는 애틋함이 득이 될 수도 있어 이번 맞선 이벤트가 기대이상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번 맞선 이벤트를 통해 커플이 탄생하면 무척 재밌을 거 같다. 편가르기 놀이만 예를 들어도 그렇다. 대구에서는 데인지시 오레엔지시 되는대로 먹기’, 울산에서는 살림없다 말없다 울음은 데야 대는 대로 먹자’, 진주에서는 덴찌뽀’, 광주에서는 편뽑기 편뽑기 장끼세요 알코르세요 쫄지마라 쫄지마 우라우무떼’, 여수에서는 모라이모라이 쎈치라고 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고장에서 살아오며 체득한 얘기들과 사투리를 나누다보면 대화도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질 터다.

 

음식은 또 어떠한가. 전라도의 풍성한 맛과 경상도의 자극적인 맛이 서로를 끌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경기도 일산의 한 음식점은 아예 과메기와 홍어라고 간판을 내걸고, 두 지역 음식의 특색을 조화롭게 이끌어내고 있다. 쫄깃한 과메기와 시큼한 홍어, 그 둘이 빚어내는 맛의 방정식은 이미 이 동네를 평정한 지 오래다.

정치도 요즘 지역색이 옅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대구에서 더민주당이, 전라도에서 새누리당이 당선자를 배출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세대들이 서로의 지역을 존중해주고 친밀감을 갖고 있는 덕분에 정치적 판단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맞선처럼 다양한 기회를 통해 경상도`전라도 커플이 많아지고, 교류가 더욱 다양해진다면 갈등의 구태가 우리 아이들 대에는 사라지지 않을까.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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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플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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