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척의 배로 절체절명에 처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도 자식의 죽음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장군은 스무 살의 셋째 아들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을 원망하며 통곡했다. 그날의 일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사진출처 : http://photo.naver.com/view/2012121006323642400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너그럽지 못하단 말인가? 아들아,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렇게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어디 있느냐? 천지가 캄캄하고 태양조차 빛을 잃었구나. 슬프다. 아들아! 버리고 어딜 갔느냐? 하룻밤 지내기가 1 같구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자식 잃은 상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슬픔을 묻고 사랑을 실천한 장세민의 아버지께 위로와 존경을 표한다.

 

찰스다윈 '종의기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어든 소년은 시간 가는 몰랐다. 동안 종의기원을 읽고 읽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창조론이 일순간 뒤집어지는 이야기에 그는 하염없이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소년은 어른이 무엇을 해야할 꿈의 씨앗 마음 깊이 묻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에 2012 진학했다. 대학생활은 신났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있다는 즐거움이 그를 들뜨게 했다. 자전거`응원`밴드 신나게 노는 일에도 빠지지 않았다. 팔방미인, 장세민(당시 19)군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1학년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전도유망한 젊은 예비과학자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면서 그의 일기도 멈췄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같았던 그의 일기가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포스텍 19 졸업식 장세민 군에게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서를 수여했다. 친구들도 뜨거운 눈물로 그의 수료증서에 화답했다. 그의 죽음 이후 유족들은 군을 2012학번 친구들과 함께 졸업시키고 싶다 뜻을 학교에 전했다. 학교는 그가 보여준 열정과 유족들이 보여준 사랑에 이를 허락했고, 졸업식 실행에 옮겼다. 지금은 그의 동생이 지난해 포스텍 신입생으로 입학해 형의 못다 꿈을 대신하고 있다.

 

군이 유명을 달리했을 아버지는 슬픔을 잠시 미뤄두고 주변부터 살폈다. 아들 조의금 전부를 친구들의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것이다. 이름으로 장학금을 받은 친구들은 그를 추억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장군은 떠났지만 포스텍에는 그의 숨결이 녹아 있었다. 포스텍이 군을 기억할 있도록 아버지는 슬픔을 억누르며 나눔을 실천했다.

 

어느 하나 사연 없는 죽음이 없고 마음 아프게 하지 않는 죽음이 없다지만, 가장 애처로운 죽음이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참척(慘慽) 아닐까 한다. 아직 스무 살도 안된 자식을 땅에 묻으려는 슬픔이 얼마나 가혹할까 상상조차 어렵다. 오죽하면 눈이 정도로 슬프다는 상명지통(喪明之痛)이란 말이 생겼을까. 말은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 아들이 죽자 상심한 나머지 밤낮을 울다가 마침내 눈이 멀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소설가 박완서도 하나님은 없는 낫다 절규한 것도 참척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는 1988 생전에 스물여섯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산문집 말씀만 하소서에서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이라고 탄식했다. 그러고는 하느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인가. 사랑 자체라는 하느님이 그것밖에 되는 분이라니. 차라리 없는 낫다 원망했다.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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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플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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