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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희망을 얘기 하자

희망을 얘기 하자

 

구인스님은 9년째 포항에서 무료 국수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절 지을 돈도 없는 노승이,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주머니를 푼다고 하니, 다들 처음에는 황당하게 봤다. 형편이 정말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급식소는 그의 공언대로 쉼 없이 돌아갔다. ‘절 짓는 게 꿈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절 운영비의 대부분은 급식소 차지다. 그는 꿈은 꿈일 뿐이라며 웃고 만다. 9년 전에는 구인스님 혼자였지만 지금은 포항의 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하고 있다. 스님은 이미 마음속에 큰 절을 지었다고 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zipel3?Redirect=Log&logNo=90162277619

 

 

포스코를 마주보며 송도 지역에 들어선 면사랑도 사람냄새로 훈훈하다. 이곳에는 모두 60~70세 넘는 할머니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포스코, 포항시`경북도민 성금과 지정기탁금을 밑천삼아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자그마한 식당이지만 10명이 넘는 노인들이 욕심없이 일자리를 나누며 정겹게 지내고 있다. 할머니 식당이라고 하지만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일일영업일지에는 메뉴별 판매수량과 매출행태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식재료 구입단가, 운영비, 관리비 지출내역도 공개돼 있다. 출퇴근부와 근무표도 있고, 고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한다. 맛 평가는 물론이고 접객태도, 청결도 등을 분석해 더 나은 식당을 지향한다. 이 식당이 운영되는 것은 살림이 어려워도 마음을 나눌 줄 아는 포항을 비롯한 경북도민의 구휼정신 덕분이다. 면사랑도, 구인스님의 급식소도, 따뜻한 가슴을 안고 사는 포항과 경북도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도 그랬지만 올해도 포항경제는 무겁다. 지역 경제의 맏형 포스코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연말도 새해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해가 와도 전혀 새해같지 않다는 이들이 참 많다. 희망과 기대 속에 한해를 시작해야지만 답답한 경제사정에 희망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윗왕 반지의 글귀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포항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세계철강경기가 불황 속을 헤매는데다 중국 등 수출경쟁국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올해 경기전망이 더욱 어둡다. 각종 경제지표도 포항의 상황을 말해준다.

 

통계청이 집계한 총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은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철강업계 불황에 따라 국내 7개 산업도시(포항`구미`울산`거제`아산`여수`광양) 가운데 10년간 종업원 증가율이 최하위에 그치는 부진을 나타냈다. 2001년 포항 종업원 수는 29444명에서 201131810명으로 0.78%의 증가율을 기록, 전국평균 1.75%에 크게 못 미쳤다. 포항의 상장기업을 포함한 외부감사대상법인 90개 제조기업 가운데 2014년 말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6개사나 된다. 영업이익이 적자인 기업은 19사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500%이상인 기업도 19개사나 된다. 90개사가 안고 있는 부채만 133천여억에 달할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철강업 부진에 따른 지역 내 다른 산업도 휘청대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사정이 포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구미`울산`거제 등 공업도시들도 포항 못지않게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자체에서 경기회생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hell)조선이라고까지 하겠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절망만 얘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희망 뿐이다. 이 상황에서 희망을 얘기하려면 우리가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한다. 가깝게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서민경제보다 정쟁만 일삼는 이들을 표심으로 혼내주고, 지역경기를 불러일으킬 원동력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아직 포항에는 포스코 자체화력발전설비 건설도 있고, 경상북도 제2도청인 환동해발전본부 유치도 있다.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대기업과 첨단강소기업이 들어올 여지도 있다. 그리고 경제한파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포항시민들의 따뜻한 마음도 있다. 포항에는 열거할 희망이 많다. 그래서 내일이 기대된다.

 

글 : 매일신문 박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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