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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EC Lounge

스타벅스의 꿈이 포항에서 영글다.

 

 

 

 

"별다방에서 만납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별다방은 커피체인점 '스타벅스(Starbucks)'로 통한다. star(별)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 그렇게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 스타벅스는 별과는 전혀 상관없는 1천300년이 넘는 재밌는 사연을

담은 단어다.

 

영국 멘체스터 시 외곽에는 'Star Ber'이라는 작은 개울이 있다. 이 개울의 이름은 1천년 전 영국으로 건너온

바이킹 무리가 주변에 갈대가 많다고 해서 옛 바이킹어로 'stor(갈대) bek(개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이 개울 옆에는 집을 짓고 산 가족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starbers'라고 불렀다.

세월이 흘러 이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바이킹의 후예답게 고래잡이였기에 당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보스턴의 부잣집 아들 '허먼멘빌'은 포경선을 타고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며

배에 올랐다. 배에서 만난 선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에게 스타벅 선장의 무용담을 다양하게 들려줬다.

멜번은 고래를 잡으러 떠나는 포경선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모비 딕'을 쓰면서 그 안에 커피를 사랑하는

일등항해서 스타벅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 책을 좋아하던 영어교사 제럴드 제리 볼드윈은 교직을 그만 둔 뒤 친구 2명과 함께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이탈리아풍 커피숍을 개업했다. 그는 커피숍 이름을 고민하다, 모비 딕에 나온 이름을 따 '스타벅스'라고 지었다.

스타벅스 커피숍 로고 안에는 인어가 앉아있는데, 이 인어가 바로 그리스 신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물귀신

'사이렌(Siren)'이다. 고래잡이들이 사이렌에 관한 미신을 많이 믿어서 사이렌의 로고를 썼다고 한다.

 

미국 경제지 '쿼츠'가 지난해 스타벅스 국가, 도시별 매장수와 분포도를 조사한 결과 체인점이 진출한

63개국 가운데 서울이 284개로 단일도시로는 세계에서 매장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보다 두 배, LA보다는 세 배가 많았다. 한국 643개 전체로 봐도 전 세계에서 6번째

많은 매장수다.

 

1999년 이화여태 앞에 1호점을 연 스타벅스가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시장을 거침없이 점령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스타벅스 같은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꿈이 '포항'에서 영근다면 금상첨화라는 기분 좋은 상상이 계속될 무렵, 문득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주)향기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 회사는 장애인과 새터민 등 소외계층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히스빈스'라는 카페와 '설레'라는 떡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수만 60여명, 연매출은 10억원 정도다. 2009년 9월 젊은이 3명이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고,

이들의 도전에 포스코가 응원했다. 당시 포스코에 지원을 요청할 때 '스타벅스'처럼 세계적 브랜드 카페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던 일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1호점은 한동대학교 도서관 3층에서 시작됐다.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다소

어설픈 움직임에도 고객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되레 커피 맛과 인감교감이 절묘하게 만나는 이곳에 사람들의

응원은 더욱 커졌다.

 

현재 7개로 매장이 늘었지만 이들은 변한 게 없다. 창업멤버들은 직원과 동등한 월급을 받고, 나머지는 또 다른 소외계층을 가족으로 맞기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스타벅스가 돈을 벌고 있다면 히즈빈즈는 사람을 벌고

있다. 누가 울고 웃을지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않겠는가, 포항에서 세계적 커피 체인점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난다.

 

글. 박승현 매일신문 기자

사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96&aid=000032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