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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인터뷰 그 후. 다시 만난 사람들...

 

엄마, 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빌고있어.

 

이 글은 초등학교 1학년이 파리라는 제목으로 쓴 글입니다.

 

가다가 손님이 오면

고약한 직행은 그냥 가고요

인정 많은

완행은 태워줘요

                                  달리기는 직행이 이기지만

나는 인정 많은 완행이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이 쓴 버스라는 시인데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만으로 쓰기에는 참 어려운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도 위의 글처럼 부풀리지 않는 사실만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한 사람의 평생을 단 몇 장의 원고지에 담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솔한 글쓰기로 접근한다면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마지막 인터뷰는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분 들 중 상당수는 인터뷰를 스크랩 한 뒤 자신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꺼내보곤 했다고 합니다. 정말 인터뷰 기사처럼 착실하게 살고 있는지, 또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랍니다. 하지만 인터뷰 시절 건강했던 분이 병약해졌거나 망자가 된 경우도 상당해 가슴 아픈 안부전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1

 

포항에서 3M(한국쓰리엠) 대리점 사업을 하는 이원조·허혜경 부부 기억나시는지요. 2008년 가을쯤 만난 분들인데, 24시간 함께 지내며 찰떡궁합을 뽐내기도 했지요. 남편 이원조씨는 자동차 세차용 친환경세제를 개발했는데,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들이 제품을 애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아내는 자동차 선팅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자로 거듭난 것은 물론이고요.

 

이씨는 당시만 해도 판로가 개척되지 않아, 아내가 선팅기술로 경제적인 지원을 했던 고마운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 부부는 나들이 떠나는 날이 늘었다고 합니다. 고생하는 틈틈이 사보에 실린 글을 보며, 꼭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는데, 이것이 현실화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힘든 시절 서로가 버팀목이 돼 줬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감사해 했습니다.

 

 

  

#2

 

포항요리학원 박순늠 원장은 지난 2007년 인터뷰했는데요. 지금은 환갑을 훨씬 넘었고, 그 사이 투병생활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요일별 스케줄은 변함이 없었다고 하네요.

월요일 학원 강의, 화요일에는 대학 강의, 수요일에는 농업기술센터 방문, 목요일에는 교도소 강의, 금요일에는 해병대 취사병 요리지도 등 그녀는 지금도 열정을 뽐내며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박 원장은 나이 들면 조금 수그러질 줄 알았던 불같은 성격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유난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인지, 웬만한 남자들도 박 원장 앞에서면 주눅이 든다고 하네요.

 

전국에서 15번째 조리기능장을 획득한 그의 요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제자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병대 취사반에서 박 원장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자 어머니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오늘도 박 원장은 요리라는 선물을 들고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3

이병규씨는 건축사지만 커피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 본업과 취미가 바뀐 사람으로 2009년 소개됐었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여전합니다. 본인도 부족해 아들마저 브라질로 커피 공부를 보냈을 정도죠. 다행히 아이도 커피에 큰 매력을 느껴, 지금은 함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커피 관련 세미나를 꼭꼭 챙긴다는 이병규씨 답게 커피를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커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공간인데, 주변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죠. 대구·경주 등 인근도시에서 커피를 접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인생 전반전은 건축사로, 후반전은 커피 전문가로 살고 싶다고 한 그의 말이 현재진행중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4

작년에 만난 사진작가 이도협씨는 강의와 사진전 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지난해 인터뷰를 하면서 이력서에 넣을 이야기를 더 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바로 사진전 준비입니다.

 

올 가을쯤 한다는데 기대가 됩니다. 내용은 평범한 회사원이 밤에는 연주자로, 예쁜 여성판매원이 격투기 선수로 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저마다 범상치 않은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사진에 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지금 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의 사진전 기획은 지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진전이 기대되고,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글 / 박승혁(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