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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부부 간의 정을 일깨워준 ‘회사 속 여행’

# 프롤로그

제주도? 아이들 표현대로!~’이란 소리가 나올 뻔 했던 우리의 가족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안고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그것도 회사 가족들과 함께한다니 살짝 거부감과 동시에 여정의 부담이 짐스럽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 첫번째 페이지


포항, 광양, 인천팀과 합류한 우리 내외, 그리고 이 여행의 유일한 꼬맹이 동반자 10개월 아들. 반갑게 맞아주신 회사식구들 덕에 혹여 짐이 되지나 않을까 했던 우려는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비행기 오며 가며 아이 얼굴만 쳐다보다가 관광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시작하니 이제야제주도구나!’ 실감하며 창 밖을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제법 바람이 차가워진 이곳에도 늦가을을 지나 겨울 준비를 하나보다. 그래서 어젠 예행연습으로 하늘이 한라산에 살짝 설탕을 뿌려 두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창 밖 풍경은.

 

갈대가 무수히 휘날리네요. 아가를 품에 안고 흔들리는 갈대를 보니 그 동안 힘들었던 육아의 10개월과 남편의 힘겨워하던 모습들이 일렁이더군요. 마음의 우여곡절이 있었어도 이렇게 갈대를 보면서 10개월을 회상할 수 있는 여유가, 그것도 제주도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이 문득 진정으로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달콤했습니다 

요트를 타고 낚시하는 회사동료들을 바라보는 남편이 제법 신나 보입니다. 아이 때문에 역시나 눈치 보일 법 했을 텐데 부인 콧바람 쐬어준다고 제주도 문화여행을 덥석 물어온(?) 남편의 마음이 고마워지는 대목이었죠. 요트 위에서 주상절리를 보면서 갓 잡은 방어회를 한 점 맛보는 행운을 가진 회사 식구들은 조금 서먹서먹했지만 제법 한갓진 사랑놀이를 하는 신혼부부들같이 들떠있었습니다.

그 나이가 어떻든 모두들 이 여행이 이제 막 설레기 시작하는 듯했죠. 그건 아마도 스스로들의 계획이 아닌 회사의 계획 안에서 자의가 아닌 타의가 반 정도 실린회사 속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가능했을 법한 마음의 떨림이 아니었을까요? 행운을 얻은듯한 느낌, 남편이 새삼스럽게 사랑스럽게 보이는 느낌, 아침에 밥 한 끼 더 풍성하게 대접하고픈 마음들이 사뭇 나물반찬 위에 고기 하나 얹어주는 아낙의 심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모든 부인들의 심정이 그러했겠죠? 힘들여 일하는 남편에게 알게 모르게 바가지 긁던 얼굴에 웃음꽃이 일렁입니다.

요트 위에서 바다에 대고 우리 남편이 최고야!라고 한번씩 외쳐볼 만한 기세로 요트 위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는 여러 커플들. 그들 속에 남편들은 회사 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랜만에 부인들에게 한 건 올려준 것 같은 기세가 각각 남편 어깨 위에 올려져 있었네요.

오오랜 세월 바다의 풍파 위에 조각된 주상절리들은 원래 인생이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보고 있습니다. 포항, 광양, 인천, 서울, 장소도 제각각 나이도 제 각각이지만 회사이름 하나로 무어든 나눌 수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긴장감과 동질감. 그리고 여긴 제주도입니다.

제천제연 폭포와 선임교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다소 빡빡하고 스피디하게 느껴지는 일정들을 소화해냅니다. 3단단으로 이어지는 폭포와 하늘에 닿을 듯 느껴지는 선임교는 순간순간, ‘내가 아침에 서울에서 온 것이 맞나나' 싶을 정도로 절경이었고 눈에 익지 않은 낯섦이었습니다. 그 덕에 제주도 공기와 친해지는 연습을 한껏 해봅니다. 남편은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리고 저녁. 저물어가는 석양 속에 임원 내외분이 동석한 채 제주 맛과 조우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꿀떡꿀떡 넘어가는 제주바람과 함께 먹는 회맛이 일품이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점점 친해져갑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사성과창출은 문제가 없을 정도로 ^^

 # 두번째 페이지


해가 화창했습니다. 첫날보다 더 날씨가 좋아진 제주하늘에는 환한 구름이 한창이었어요. 부쩍 추워진 서울과 다르게 이 곳은 다시 봄이 올 것처럼 바람이 선합니다. 제주의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 우도를 방문하고, 다리를 풀어줄 겸 요즘 부쩍 인기가 높아진 제주도 올레길을 걷습니다. 바람이 유난한 제주에 순풍이 불어주니 만사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게다가 어제는 늦게 도착해 보지 못했던 바다의 쪽빛 전망이 호텔 유리창 하나만 걸친 채 시야에 다가오니 이보다 더 행복한 아침이 있을까? 싶습니다.


한창인 제주는 마치 결혼을 앞둔 새색시처럼 쑥스럽지만 당당했고, 아직 다 피우지 못한 수줍음이 있으면서도 금세 터져버릴 꽃망울처럼 화려했습니다. 곧 결혼발표라도 해버릴 것처럼 화창한 제주미의 폭발 앞에서 한라산은 묵묵했고 우리는 연신 감탄을 했습니다. 둘째 날은 분위기가 더욱 부드러웠고 서로 원래 알던 사람들마냥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부부 간의 화목도모를 위해 저녁시간 이후 자유일정이 주어진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었던 듯 합니다.

 
# 세번째 페이지

마지막 날, 아쉬움을 뒤로한 채 2 3일이 마치 2시간 30분처럼 짧은 한숨 토하듯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모두의 얼굴들에 스칩니다. 근래에 만들어져 제주의 새로운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에코랜드와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한 산굼부리, 그리고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절물휴양림 코스가 이어졌습니다. 3곳 모두 나중에 다시 제주를 찾는다면 각각의 명소에서 그저   눌러 앉아 23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꿀맛 같은 귤들의 향연.



제주의 자연은 순수했고, 각자의 생활에 지친 마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부부간의 정을 일깨우는 데는 그만인 일품여행이었어요. 그만큼 우리 부부도 그 동안 아가를 키우면서 지쳤던 일상을 많이 나누고 서로의 고충을 새삼 이해해주고 토닥토닥 다독여줄 수 있었던, 고마움과 사랑을 배워갔던 여행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그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회사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받은 에너지가 회사의 갱생으로 이어지길 기도해 봅니다. 


: 변상원 / S-POWER 윤기섭  기사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