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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시각장애인 골퍼들

 ▲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골프교실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공을 끝까지 보고, 고개 들지 말고. 자신의 스윙을 거울로 확인해가며, 최대한 부드럽게 공을 쳐라

 

 골프에 입문한 사람들이라면 귀가 닳을 정도로 들었을 얘기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가? “고개를 들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윙과 함께 고개를 들고 만다. 공을 친 후 눈이 궁금해서 그런 것이리라.

 

 만약 눈이 없다면? 골프라는 운동을 아예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골퍼들이 있어 화제다. 시각장애인 골퍼들은 조동형(28)코치를 만나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자세와 빈틈없는 공 공략으로 샷을 완벽하게 만드는데, 그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힘겹다. 경북시각장애인 복지관 옥상이 그들의 연습장이다. 이곳 골프교실에 다니고 있는 강호근(44)씨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운동할 수 있는 골프를 접하며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됐다많은 연습을 하기 때문에 필드에서의 부상위험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장애인에 비해 수십 배는 더 열심히 연습해야 부상 없는 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씨처럼 이곳 골프교실에는 모두 10명의 시각장애인 골퍼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 저변은 넓지 않지만 시각장애인 골프역사는 꽤 오래됐다. 192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시각장애인 골프는 우리나라에 2003년 처음 도입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포항(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야외골프시설)이 지난해 12월 최초로 이 운동을 도입했다. 골프시설은 장애인체육회에서 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만들었다. 하지만 가르칠 사람도, 배울 사람도 없어 시설은 개점휴업상태를 한동안 이어갔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재활팀 문경욱(32) 사회복지사는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배우고 싶어 일반 골프연습장에 찾아가면 아무도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다강사를 구하기 위해 골프장만 수 십군데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문 복지사의 이 같은 노력은 조동형 코치를 만나며 결실을 맺게 됐다. 조 코치는 처음 복지사의 부탁에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부터 들었다“‘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무턱대로 복지사의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골프교실에서 강호근(44오른쪽)씨가 조동형(28)코치에게 지도받고 있다.

 

 조 코치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애정이 강한 것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사정이 같기 때문.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지도하다 지칠 때면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어렵기만 했던 골프지도가 고비를 넘기자, 수강생들의 기량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단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자세가 비장애인보다 엄청 정교하고 정확했습니다. 집중력과 손 감각만으로 만들어내는 샷은 프로인 제가 봐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시각장애인 골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골프와 약간 다르다. 원래 벙커샷을 할 때 클럽을 모래바닥에 댈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예외다. 허공에서는 감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선수마다 붙는 도우미의 역할 역시 시각장애인 골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이들은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공을 놓아주고, 지형을 설명해준다. 시각장애인들의 이 돼주는 것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골프는 개인 경기가 아닌 팀 플레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도우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도우미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골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은 필수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전문 도우미가 없어 시작장애인 골퍼들이 국제대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골퍼들의 스코어는 얼마일까?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80개 후반에서 90개 초반을 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수월할 수 있는 스코어지만 어둠속에서 손끝 감각만으로 채를 뿌리는 장애인들에게는 힘겨운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골프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나무같은 존재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이규성(49)사무국장은 전문골퍼 및 도우미 양성을 위해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 경북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편견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승혁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