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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색소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나는 지금 유혹(誘惑)의 나이를 살고 있다.

현자는 세상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했지만, 나는 다르다. 나의 재능과 색깔로 다른 이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유혹의 세월을 만끽하고 있다고 해야 옳다.

 

 

 

박래영(41)씨는 광고 디자이너다.

자신을 만나려면 낮에는 사무실로, 밤에는 길거리로 오란다. “투잡을 하시냐?”고 물었더니, 사무실은 밥벌이 터전이고, 길거리는 유혹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박씨는 색소폰을 들어 보이며, 나의 애인이요 나의 친구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메신저라고 소개했다. 그는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접한 색소폰으로 인해 인생이 변했다고 설명한다. 소극적인 성격을 고쳤고, 세상과 나누는 방법도 배웠다. 현재는 ‘포항나눔음악동호회’에서 복지시설 등을 찾아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색소폰이라는 매력적인 악기를 공통분모로 모여, 소외되고 외로운 이웃들을 찾아가 음악으로 봉사하는 단체다.

 

 

그는 무기력했던 삶이 색소폰을 통해서 확 바뀌었다고 색소폰 예찬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색소폰 음색은 남녀노소 모두 다 좋아하고 싫증이 나질 않아요. 또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계속할 수 있고, 피아노처럼 부피가 크지 않아 휴대하기도 간편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연주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색소폰에 대한 애정도 컸지만 관련 지식도 상당했다. “스승님이 계시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고, 누구 욕 먹일 일 있습니까. 그냥 독학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누구에게 배운 악기가 아닙니다. 여러 책으로 익히고, 다른 이의 연주 듣고, 유명인들의 공연을 접하며 혼자 쌓은 실력입니다. 나만의 독특한 색소폰 연주법은 만들어졌는데, 홀로 하다보니 (배우는데)시간이 갑절 들었습니다.”

 

박 씨는 색소폰 외에도 사진, 운동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는데, 모두 독학이다. 광고 디자인도 전문서적을 다양하게 읽고 접하는 것으로 실력을 쌓았다고 했다.

 

그의 색소폰 연주를 들어보기 위해 한곡 요청했다. 그는 경이로운 물건을 다루 듯 조심스럽고도 정중하게 색소폰을 들어올렸다.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잠시 박자를 맞추는가 싶더니, 굵고 깊은 음색으로 팝송 한 곡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그는 남성용 테너 색소폰을 불고 있다. 여성용 알토 색소폰보다 호흡조절이 어렵지만 음색은 굵고 더 깊다. 그는 색소폰 봉사연주를 위해 트로트와 가요, 팝송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악보를 익히고 있다. 흥겨운 무대가 필요하다면 그는 색소폰을 입에 문 채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춤사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첫 봉사 나갔을 때를 잊지 못했다.

긴장을 많이 한데다 박자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그랬더니 몸이 불편한 한 여성분이 ‘앙코르’를 외치며 그의 연주에 큰 박수로 화답했고, 그는 ‘자신의 색소폰연주가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구나’라는 보람과 자신감을 얻으며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지금 그 여성은 박 씨의 골수팬이 된 건 인지상정.

 

그는 앞으로 더 나은 봉사를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색소폰 연주 연습을 하루라도 빼먹지 않는다. 입 주위 근육이 풀어지면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색소폰 하나로 세상을 제대로 유혹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색소폰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색소폰은 처음부터 소리가 잘 나는데, 그건 말 그대로 ‘소리’지 ‘음악’이 아닙니다. 적잖은 연습이 필요한데, 조금씩 나아지는 연주를 즐기다보면 금세 실력이 향상될 겁니다. 악기를 들 힘만 있으면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그는 40대 라면 색소폰과 한번 친해져보라고 권했다. 색소폰이라는 벗을 만나게 되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뿐 만 아니라 의지에 따라 봉사의 즐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