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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포항시 최고의 '헌혈왕' 김민영 씨

 

 ▲ 가족들이 인정하는 못 말리는 헌혈왕’ 김민영씨. 그에게 헌혈하는 날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날' 이다.

 

 

 303번째다. 포항에서 1등이다. 횟수 대비 나이로 보면 전국에서도 1순위에 들 성적이다.

 

 기록은 둘째`넷째 수요일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앞서 간 기록들도 모두 깨질 전망이다.

303은 김민영(37`직장인)씨가 세운 헌혈기록이다. 최근 포항헌혈의 집에서 303번째 팔을 걷었고, 앞으로도 계속 걷을 것이다.

 

 지난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그는 14년 만에 300회를 넘었으니, 산술적으로 따지면 한 달에 두 번꼴이다. 한번에 500cc가량을 했다고 하니, 그동안 헌혈량을 총계산하면 15cc에 달한다. 60kg성인 남성 몸속에 있는 피를 5cc로 볼 때 30명의 혈액량과 맞먹는다.

 

 그는 “22살 때 부터 정기적으로 헌혈을 시작했다아직도 당신의 헌혈이 새 생명을 구합니다라는 헌혈문구가 매번 새롭게 떠오른다. 헌혈은 이제 나에게 있어 반드시 해야하는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헌혈을 하지 않으면 되레 몸이 피로해진다며 건강비결을 헌혈로 꼽았다.

 

 김씨는 헌혈 자체가 건강에 좋기도 하지만, 헌혈을 하기 위해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건강에 도움 되는 것 같다수혈자에게 깨끗한 피를 주기 위해 음식조절과 꾸준한 운동, 금연 등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체력을 허락하는 한 헌혈행진은 계속 될 것이라고 하자, 아내와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그럴 때마다 그는 헌혈을 하면 건강 체크를 해주니 좋고 봉사한다는 생각도 들어 행복하다며 가족을 다독인다.

 

 아내는 연애도 헌혈의 집에서 함께 팔을 걷어 올리며 했을 정도로 못 말리는 헌혈왕’”이라며 남편의 진심어린 선행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내의 응원에, 그는 네 살배기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 헌혈의 집을 같이 찾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헌혈왕이라는 별칭을 그는 유난히 좋아한다. 왕이라고 불릴 때면,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왕 소릴 듣습니까? 왕 타이틀을 빼앗기기 싫어서라도 더욱 열심히 헌혈해야 겠습니다라며 기분 좋게 웃는다.

 

 

▲ 헌혈은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봉사라고 생각하는 김민영씨

 

 

 김씨는 그간 모은 헌혈증으로 남몰래 선행도 했다. 몇 해 전에는 100여장의 헌혈증을 혈액이 급한 이들에게 줬다. 필요한 곳에 자신의 헌혈증이 의미 있게 쓰이면 그걸로 족하다는 게 그의 마음이다.

 

 “헌혈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위해 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한 것이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헌혈증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는 이번에 헌혈 인터뷰를 응한 것도 많은 이들의 헌혈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사실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헌혈을 하며 건강해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 것 같아 이렇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의 특권입니다. 건강을 적립한다는 생각으로 헌혈에 많이 동참해준다면, 자신의 건강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지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김씨는 다가올 헌혈 날짜를 붉은 색 펜으로 달력에 꼼꼼히 기록했다.

 

 “헌혈하는 날은 제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날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기도 하고요. 약속이나 특별한 기념일만 달력에 표시하지 마시고, 헌혈하러 가는 날도 한번 체크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 더 의미있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박승혁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