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내남면 화곡리 316-1번지’를 네비게이션에 새겨 넣으면, 자동차는 동화 속 세상으로 이끈다. ‘안데르센 스토리’라고 쓰인 표시판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집들이 언덕을 따라 그림같이 늘어서 있다. 언덕마다 자리한 동물형상의 토피어리 조형물과 동화 속 주인공을 벽화로 담은 집들이 인상적이다.
언덕을 타고 도는 산책길과 도자기 및 토피어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 넓은 바비큐장, 오리들이 노니는 저수지 등을 둘러보며 가족들 혹은 동료들과 찾기에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심미남(42·여)씨는 스스로를 ‘간난이’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편하게 맞았다.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녀는 건설업을 하는 남편만 믿고, 조금은 이른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이곳에 터를 잡았다. 1만평(3만3000㎡)에 이르는 땅을 구입하고, 일구기 위해 평생 벌은 돈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손이 가고 할 일이 많다.
남편은 아내가 안데르센 스토리를 제대로 만들 때까지 외지(울산)에서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남편이 벌어오지 않으면 안데르센 스토리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미래의 꿈을 짓는 작업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곳에 조성된 펜션들은 모두 남편이 지은 집이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은 보듬는 부부다.
왜 이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시골행을 감행했을까. 부부는 그저 시골생활이 늘 궁금했다고 한다. 아내는 토피어리와 도자기를 배우며 평소 시골생활을 준비했고, 사업으로 늘 바쁘던 남편은 여유로운 시골이 그리웠다. 머리가 희끗해지면 그때 가자던 시골행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부부의 무모한 의기투합 때문.
부부는 단순 희망사항이 될 뻔했던 시골생활을 단숨에 현실화 시켰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려야 했다. 1만평의 땅을 채우는 작업을 하느라 지금까지 일군 재산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계속 돈을 부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부부의 자금부담은 컸다. 다행히 주변에 과수원이 있어 나무 조경에 대한 부담은 줄였지만, 집짓고 정원 꾸미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부부는 경제적인 부담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부부는 “남은 인생을 위한 투자인데, 이 정도는 각오해야죠.”라며 “10년 후 멋지게 지어진 집에 사람들이 놀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면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아내는 요즘 펜션을 찾는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하고, 남편은 열심히 벌어 이곳을 일구고 있다. 경주를 제 2의 고향으로 삼은 아내는 이곳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경주농업대학에 들어가 공부했다. 그 덕에 경주농업대학에서 사귄 많은 사람들이 심씨를 적극 도왔다. 그렇게 1년4개월이 지나는 동안 시골생활은 적응돼 갔지만, 부부는 아이에 대한 걱정만큼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부부는 이곳이 수익을 위한 펜션은 아니라고 했다.
“집을 여러 채 지은 김에 주말에 손님맞이도 하고, 가족들을 위한 색다른 체험도 선사하고. 그런데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니 단조로운 시골생활에 생기도 생기고, 유지에 필요한 벌이도 좀 됐어요. 물론 아직 ‘적자’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다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이 같은 부부의 순수한 마음 덕분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안데르센 스토리는 제법 사랑받는 장소로 이름을 올렸다. 경주농업기술센터에서는 체험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많은 예술인들은 도움을 주겠다고 찾아왔다.
가을에 열리는 음악회와 도자기 전시회 등이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이다. 또 도자기를 굽는 날이면 이곳은 밤새 잔칫집이 된다. 사람들은 타오르는 숯가마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음악을 듣는다. 막걸리와 푸짐한 안주는 덤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알려진 펜션은 아니지만 분명 오래지 않아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없을 정도로 푸근한 정이 있고, 부부의 땀과 정성스런 손길이 가득담긴 예쁜 집들과 풍광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은 모두가 내 집처럼 지내다 갔으면 합니다. 맘껏 체험하고 푹 쉬고 그렇게 가시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부부는 소박한 바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남은 세월 역시 그렇게 살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박승혁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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