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으며 살고 싶다” 또는 “늙으면 촌에 들어가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50대 도시 가장들의 넋두리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때론 도시의 삶에 지쳐, 때론 종착지점이 없는 삶에 두려움을 느껴 내뱉어보는 말. 하긴 돈이 많으면 뭣하랴. 나이 들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야 한다면 삶이 별 재미없을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현장을 뛰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속의 나이를 찾기 위함이 아닐까.
평생직장을 가진 노인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농촌으로 향했다. 울진에서 특이하게도 인삼을 재배하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연세가 일흔 한 살이다. 설태환 할아버지는 덕구온천 주변에서 인삼시험재배를 성공한 뒤 본
격적으로 인삼밭을 일구고 있다. 으레 금산, 풍기 인삼을 최고로 치지만 할아버지는 뿌리내림이 좋고 쓴맛이 일품인 울진인삼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금산에서 인삼농사를 짓다가 인삼 값 폭락으로 고향을 떠났다. 일거리를 찾아 울진에 온 할아버지의 직장은 덕구광산. 광부의 삶이 그렇듯 고됐지만,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돈을 모았다. 목돈을 손에 쥔 할아버지는 제 2의 인생을 인삼농사에 걸 작정으로 땅을 개간했다. 처음 시작할 때 몇 년간은 고생했지만, 젊은 시절부터 탄탄히 다져온 농사 기본기 덕분에 금세 인삼농사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할아버지는 앞으로 울진에서 후배들을 위해 인삼재배 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평생 직업을 준 땅에 대한 보답이라며, “울진이 새로운 인삼재배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특화된 기술로 인삼농사 전도사를 꿈꾸는 할아버지의 삶에, 여장부 권분옥(78) 할머니는 전천후 농사꾼으로의 삶을 선보였다. 도시 같으면 가벼운 산보를 하며 노인정에나 놀러갈 나이지만, 할머니는 잠자는 시간조차 아깝다 할 정도로 농사일에 열심이다. 1만평이 넘는 땅에 농사를 짓고, 소를 자식처럼 키워내는 ‘슈퍼 할머니’다. 이 ‘슈퍼 할머니’는 농사짓고 소 키우는 것이 부족해 식품가게까지 운영한다. 남편이 고인이 된 후 아들이 물려받은 화학납품 업체에서 배달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하루 시작은 새벽 3시30분. 우사에 들러 여물을 챙긴 뒤 밭으로 나가 작물을 다 가꾸고 나면, 도시인들이 한참 분주할 오전 8시 정도가 된다. 식사가 끝나면 트럭을 몰고 또 밭을 돌본다. 여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풀베기 작업에 나서지만 겨울은 조금 여유롭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비료 한 포대를 어깨에 메고 일했는데, 요즘은 기력이 달려 반 포대 밖에 메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단한 농사일에도 낮잠 한번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부지런함이 몸에 뱄다는 의미다. 할머니는 최근까지 밤마다 삼베를 삼았지만, 기력이 예전 같아 얼마 전 그만
뒀다고 한다. 50대 중반에 딴 면허증은 트랙터 운전에 쓰인다. 자식들에게 농사일을 맡기는 게 싫어 스스로 핸들을 잡았는데, 웬만큼 능숙한 운전자들이 따르지 못할 수준이다.
일하는 기계처럼 보이지만, 정작 할머니는 즐겁다. 농사가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지치면 그저 막걸리 한 사발에 신나는 ‘뽕짝’ 한곡조면 피로 끝이다. 시장에서 장사하며 친구들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즐겁다.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럭셔리’로 통한다. 친구들은 걸음이 불편해 유모차에 몸을 싣지만, 할머니는 트랙터를 몰고 돌아간다. 할머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며“기분 좋으면 가끔 태워준다”고 자랑했다.
할머니의 건강비결은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일하는 것. 할머니는 “조금만 더 젊었으면 비닐하우스에서 특화작물을 재배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식지 않은 일 욕심을 내비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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