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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표지로 먼저 보는 LIFE전(국립대구박물관 ~6.28)

 

 

어쩌면 우리에게 종이 매체는 더 이상 친숙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아침 갓 마른 잉크 냄새 풍기는 신문이 세상의 눈이 되어 주던 시절이

불과 10여년 전인데 말이죠.

 

이 빠르고도 놀라운 변화 속에 인쇄매체에 대한 애잔한 향수는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매일, 매주, 매달 따끈따끈한 인쇄매체를 기다리던 설렘을 간직한 이들에게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소식일텐데요.

 

서울, 부산을 찍고 라이프 사진전이 대구로 입성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PEOPLE / MOMENTS / IT'S LIFE 세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www.seelife.co.kr)에서는 라이프 매거진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네요.

 

 

매주 13,500,000 판매,

 

900만장의 오리지널 필름

 

190명에 이르는 최고의 전속 사진가들

 

20세기 최고의 사진기록, 라이프

 

 

이 숫자들이 증명하는 대로 라이프 매거진은 1936년

타임과 포춘을 발행한 헨리루스의 손에서 가장 성공적인 매체로 탄생하게 됩니다.

 

이런 배경에는 라이프매거진이 포토 저널리즘 시대를 개막한

 주역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인데요.

 

라이프매거진의 한 페이지가 곧 역사가 되는 '사진의 힘'을

한 세기에 걸쳐 증명해 오면서 당시 저널리즘의 보조 역할에서 머물던

사진을 주류로 등극시켰습니다.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라이프매거진 표지로 전시를 소개해 드릴께요~!

 

"블로그에서 봤던 이미지들 또 볼텐데 비싼 돈 내고 뭐하러 전시가나!"

혹여나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전시장에서는 못 볼만한 표지들로 섭외했습니다.(몇 개나 중복되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게 전시를 관람하는 팁이 되겠죠?)

 

 

라이프매거진의 시작은 1883년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림과 일러스트 표지의 라이프지는 생각도 못하셨다고요?

 

그런데 1800년대라는 점을 두고 보면 어색하지 않죠?

 

어쩌면 동명의 전혀 다른 매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그 당시에도 라이프매거진은 화제의 중심에 있었나봅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당대의 화가들이 그림을 싣고 싶어

안달나게 만드는 매체가 되는데요.

 

오늘날 매거진 커버에 누가 등장하느냐가 트렌드세터를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듯 

 

1800년도에는 누가 표지의 '얼굴'을 그리느냐가 곧 '인기'의 척도였습니다.

 

 

오래된 매거진을 실물로 보고 싶다면? 혹은 소장하고 싶다면?

 

http://2neatmagazines.com/ 구매도 가능합니다.

 

역사의 한 조각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네요.

 

생각보다 가격도 아주 비싸지는 않군요~ㅎ

 

 

우리에게 익숙한 빨강 라이프 로고 판형의 첫번째 이슈는 1936년 11월이라고 합니다.

 

첫 표지에서 이 거대한 댐의 수문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 또한 인간이 만들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이프매거진은 '전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나라의 힘없는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 탄압받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사실상 글자 위주의 신문이 전부였다고 볼 수 있죠.

 

라이프매거진이 신문과 동등한 위치로 뉴스 스탠드에 나란히 배치될 수 있었던

시점이 바로 전쟁사진을 게재했던 순간이라고 하니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 세상과의 소통이 확장된

역사적인 도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LIFE는 그 이름답게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탄생 이전부터

 

 

고귀한 생명의 탄생과

 

 

 

 

대영제국(The Great Britain)의 여왕이기 전에 아리땁고 갸냘픈 소녀의 모습도

 

 

 

 

한 가문의 아니 미국을 상징하는 한 가족의 모든 순간에도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라이프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 마를린 먼로의 나른한 여유도

 

 

모나코의 왕비가 아닌 떠오르는 스타로 촉망받던 시절의

그레이스 켈리와 당시 가장 좋아했다는 드레스의 반짝임까지 여과없이 담아냈습니다.

 

 

간디가 유일하게 언론의 사진촬영을 허락한 매체였으며

 

 

사진촬영을 극도로 싫어했다던 윈스턴 처칠마저 사로잡았죠.

 

 

유명인들만 표지를 장식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삶(LIFE)을 담아낼 수는 없었겠죠.

 

 

노바 스코티아의 이름 모를 어부도

 

 

전쟁 중의 숨은 영웅들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전쟁 포로의 긴장까지 포착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으로만 남았지만 라이프매거진 사이트(http://life.time.com/)에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우리 모두의 역사이기도 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니 고철덩어리도 표지로 나왔단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

 

인류의 도약에 있어 그 모든 순간들 또한 삶의 한 부분입니다.

 

지구를 벗어나 미지의 공간으로

 

 

아폴로 11호가 달로 떠나는 첫 발걸음도

 

 

인류가 처음 그 달에 발을 내딛었을 때도 물론

 

 

마더로드라 불리는 66번 국도의 풍경과

 

 

오르지 못할 것 같던 히말라야 정상의 봉우리도

라이프매거진 앞에서 고스란히 민낯을 내보였습니다.

 

 

세상은 이토록 넓고

많은 이들이 불가능할거라 여겼던 도전을 입증해 보였던

오직 라이프여서 가능했던 일들이죠.

 

 

이 장면을 보니 어떤 영화와 오버랩되지 않으시나요?

 

 

아차차~ 미국의 또 다른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디즈니월드도 있었네요.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들을 제작하며 인기를 끌어 온

짐 헨슨과의 작별도 위트있게 담아냈죠?

 

 

생명체인가 유명한가 이런 부수적인 조건들을 제쳐두고

 

삶을 관통하는 모든 지점에서 만나는 모든 의미있는 것들이

라이프가 투영해 온 피사체였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얼굴들이 모여 60번째 표지는 라이프매거진 그 자체가 됩니다.

 

 

어메이징하죠?

 

이 사진 또한 라이프매거진을 대표하는 기록 중의 하나인데요.

 

마을에 나타난 서커스를 보고 환호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순수해서 절로 웃음이 나네요.

 

 

아마 라이프전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사진입니다.

 

연인의 뜨거운 키스로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이라고 하네요.

 

사진 속 남성이라고 주장한 남성은 많았지만

 

강렬한 키스의 헤로인인 여주인공은 몇십년이 지나서야 조심스레

 

"사실은 젊었을 때 나였다우~" 하고 고백했다죠.

 

 

라이프매거진이 사진의 위상을 어떻게 끌어올렸나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입니다.

 

보도사진을 역사의 부스러기가 아닌 

시공간을 초월해 계속 리메이크되는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죠.

 

 

나 영화관 가서 팝콘 좀 먹어봤다 하시는 분들은 알만한 사진입니다.

 

전국 방방곳곳 LTE 마냥 퍼져있다는 CG*의 팝콘 케이스에 프린트된 사진이

 

바로 라이프매거진이 기록한 역사적인 첫 3D 영화관람 장면 되겠습니다.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곁에 있었다니 신기하죠?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새해를 이 영화와 함께 맞이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영문 제목은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한국에서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제목으로 개봉했죠.

 

 

영화의 원작은 1939년 발표되었는데,

 

Walter Mitty를 사전에 입력하면

"터무니없는 공상을 하는 사람(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면서

그것이 흥분과 모험에 가득하다고 상상함)" 이라고 나옵니다.

 

주인공 이름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폐간이라는 수순을 밟아가는 라이프지의 포토에디터인 월터가

잃어버린 마지막 표지를 찾아 헤매는 여정에서 

 

삶의 정수와

라이프매거진이 인류에 어떤 존재였는가를 확인해보세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영화 속 라이프매거진의 모토로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실제 라이프지의 모토는

 1936년 잡지 창간 당시 헨리 루스가 쓴 발간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보기 위하여, 세계를 보기 위하여…(중략)…수천 킬로미터씩 떨어진

 먼 곳의 일들, 벽 뒤에 방 속에 숨겨진 일들, 위험해질 일들,

남성에 의해 사랑 받는 여자들, 또 수많은 어린이들을 보자.

보고, 보는 것을 즐거워하자. 보고 또 놀라자. 보고 또 배우자”

 

라이프매거진의 마지막 표지입니다.

이게 진짜 마지막 표지 맞아? 궁금하시면 뉴스 영상으로도 확인해보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o9iUgD5p-uo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온라인판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라이프매거진이 전해 온 삶에 대한 본질과 시선이야말로

인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급변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맞춰

지구 곳곳에서 새로운 방식의 삶이 매 순간 펼쳐지고 있는데요.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던

수많은 우려를 뒤로 하고 여전히 종이책의 위상이 건재한 것처럼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라이프매거진의 실제 마지막 표지보다

영화 속 표지가 더 맘에 드는데요.

 

 

결국 라이프매거진은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삶이라는 끝없는 헌사를 바쳐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 / 문제훈

이미지 출처 / LIFE Magazine, LIFE 사진전, 영화 스틸컷, 화면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