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품고 뛰는 사나이, 철인 강석기 씨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라 불리는 철인3종 경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힘들다’라는 이미지가 퍼떡 머리를 스칠 것이다. 맞다. 힘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운동의 가장 좋은 기록은 40대 초반이 돼야 나온다고 한다. 체력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니란 얘기다.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완주하려면 젊음의 순발력보다는 꾸준히 키운 근지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인 경기는 내내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지지만 끈기와 깡으로 뭉친 철인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포항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강석기(50)씨도 철인 경기 마니아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포항국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것이 포항과 인연이 돼 눌러앉았다. 학창시절부터 여러 가지 운동을 좋아했지만 특히 테니스를 즐겼다. 그러던 그에게 2002년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이 찾아왔다. 수술 후 몸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다리 근육이 극도로 약해져 있어 테니스 라켓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등산이나 조깅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수영이다. 수영으로 다리근육을 단련한 그는 사이클에 도전했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마음으로 마라톤까지 섭렵했다. 자연스럽게 철인 3종 경기 종목을 모두 익힌 그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수영과 달리기, 사이클 등을 일자별로 정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하며 올해까지 모두 10번의 철인3종 경기를 소화했다. 마라톤 대회만 해도 30번 이상 나갔다. 수영 대회도 부지런히 나가 수상도 여러 번 했다. 철인경기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중도포기는 없었다. 그는 매번 뛸 때마다 ‘힘들어 미칠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되풀이 한다고 했다.

 

“얼마 전 대회에서 갑작스럽게 위경련이 찾아와 고생한 적이 있어요. 정말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무슨 정신으로 달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은 속으로 몇 번이나 했지요. 근데 오늘 또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이 운동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새는 운동 후 제가 많이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에 만족하며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는 운동 후 찾아오는 뿌듯한 기분이 새로운 도전을 불러오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40대 시절 가장 좋은 기록은 11시간 38분. 하지만 그는 기록에 대해서 자유로워야 이 운동을 오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록 경쟁에 매달리지 않으면 얼마든지 돕고 즐기며 철인경기를 즐길 수 있어요. 완주를 목표로 여유롭게 뛴다면 평생 해도 어려움 없는 운동이 바로 철인경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요즘에도 주말마다 100km씩 자전거를 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말이 쉬워 100km지 7시간 이상을 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통거리가 아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생각에 편안하게 자전거에 오른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제가 많이 바뀌었어요.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산다고 할까요? 일상에서 느끼는 짜증과 불만이 운동의 고통에 비하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매사를 행복하게 보려는 거 같아요. 아쉬운 게 있다면 아이들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 워낙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요즘은 저를 피하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아이들과 함께 뛰는 꿈은 접었지만, 대신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와 체력이 허락하는데 까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철인에 도전하는 동료들의 질주에 도움 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달리다보면 물 한잔 건네주는 따뜻한 손길에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몰라요. 제가 그걸 하려고요. 그리고 조금 천천히 달리더라도 70, 80세까지도 이 운동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철인 3종 경기란?

경기는 수영`사이클`달리기의 거리에 따라 스프린트`인터내셔널`롱`철인 코스로 나뉜다. 스프린트는 수영 0.3∼1㎞`사이클 8∼25㎞`달리기 1.5∼5㎞이며 인터내셔널 코스는 수영 1∼2㎞`사이클 25∼50㎞`달리기 5∼10㎞다. 롱은 수영 2∼4㎞`사이클 50∼100㎞`달리기 10∼30㎞. 17시간 이내에 완주하면 철인(Ironman) 칭호를 얻는 철인 코스는 수영 3.9㎞` 사이클 180.2㎞`마라톤 42.195㎞이다. 철인 코스는 수영 테스트를 거쳐야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3.9㎞를 1시간 30분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