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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영천 보현산 해넘이와 문경 과거로의 산책-한해의 끝자락에서 나를 돌아보는 송년여행

어느 덧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을 코앞에 둔 송년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알뜰’과 ‘사색’이 아닐까 합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며 각오를 다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차분히 정리할 때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경기불황의 징후가 가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정신적 리셋과 휴식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맞아 조금이라도 적은 비용으로 추억여행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면 주목할 곳이 있는데요, 바로 포항서 멀지 않은 영천 보현산의 해넘이, 그리고 문경새재길의 산책길입니다.

영천 보현산 해넘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노을이 아름다운 9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영천 보현산에서 바라보는 낙조입니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보는 일몰은 더 각별할 텐데요.

영천과 청송의 경계에 높이 솟아 있는 보현산 정상에는 천문대와 천문전시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천문대는 주위로 펼쳐지는 영남 내륙의 산세를 조망하면서 일몰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입니다.

천문대 주변에서는 동쪽으로 멀리 포항 앞바다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팔공산과 군위군의 산들, 남쪽으로는 영천 기룡산, 북쪽으로는 청송과 안동의 산들이 장쾌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에 아름다운 낙조 풍경은 물론이고 장엄한 일출 광경까지도 가슴에 담을 수 있죠.

물론 일몰은 온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서해낙조가 일품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올망졸망한 섬이라도 배경에 있으면 더 운치 있겠지만 포항에서는 너무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 좀 더 편하고 가까운 곳에서 즐겁게 일몰을 즐기며 머릿속의 상념을 정리할 순 없을까? 답을 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천의 진산 보현산에서 보는 일몰은 바다보다 특별할 듯했습니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의 검은 실루엣을 병풍 같은 배경을 삼은 붉은 일몰. 한 해 동안 걱정과 생채기로 가득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풍경으로 딱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문대까지 도로가 나 있는 해발 1천124m 보현산은 산행을 하지 않고도 정상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죠. 노루꼬리만큼이나 짧다는 겨울햇살을 걱정하며 발걸음을 서둘면 승용차로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천문대 방문객센터가 정상 부근인데 전망대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고 멀리 화산과 팔공산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희미하게 변해가던 산봉우리 파노라마를 온통 붉게 물들이더니 이내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지는데요, 우리나라 3대 낙조 명당이라는 강화 석모도에서도, 안면도 꽃지해변에서도, 변산반도 모항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입니다.

비싼 기름을 소비해 가며 올라온 길인데 일몰만 보고 내려가기 아깝다면 일몰 전에 올라와 방문객센터 천문전시관을 둘러보세요. 또 천문대 입구에서 시작되는 보현산 웰빙숲 산책로인 1km구간 천수누림길은 나무데크로 잘 단장되어 있으며 장쾌한 전망과 함께 산책도 즐길 수 있는 나들이코스이므로 일찌감치 산에 오르면 석양감상 전에 해볼 일이 많습니다.

산 정상으로 오르는 9.3㎞ 구간의 길이 험하기 때문에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월과 2월에는 바퀴에 스노체인을 감아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또 해가 지면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 합니다.

Tip 보현산정상 가는 길 =포항대구고속도로 북영천IC~화북·청송방면 35번 국도~화남면∼화북면 자천리∼자천리서 2㎞정도 더 가면 과적차량 검문소~옥계리 삼거리서 우회전∼정각리삼거리(천문대 진입로 좌회전)∼정각리에서 천문대까지 9.3㎞ 산길~천문대 주차장

문경, 과거로 가는 새재나들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문경아 새자야 물박달낭구 홍두깨방망이로 다나가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질로 놀아나네/ 문경아 새자는 웬 고개인가 구비야 굽이굽이가 눈물이 나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경새재아리랑>에는 삶의 온갖 군상들이 다 녹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아리랑 반열에 오르지 못했지만, 경북지방에서는 더 없이 소중한 아리랑입니다. 다듬이 소리에 담아내는 문경새재아리랑은 어떤 정점에 사는 사람들의 질박한 타령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듯 문경새재에는 전설도 많고 이야기도 많습니다. 찌든 현대인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옛길과 이런 전설은 한 모금 생수가 되곤 하는데요, 따라서 이런 길은 혼자 걷는 것이 제격입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교감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완만한 산행을 원하는 초보자에게 최적의 코스로 길이 평탄하고 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 조령 관문 등 볼거리가 다양합니다.

요즘 들어 문경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곳이 바로 새재트레킹인데요, 문경새재트레킹은 새재 제1관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에 다다르기 전에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서 내린 후 문경새재 박물관과 장승공원, 생태공원을 들러 가볍게 몸을 풀고 한해를 정리하는 심호흡을 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제1관문~제2관문 사이 3km구간은 볼 것이 즐비합니다. 이 사이에 KBS촬영장, 지름틀바위, 조령원터, 주막, 팔왕폭포, 교귀정, 조곡폭포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리 힘이 남아있다면 제2코스인 제2관문~제3관문의 약 3.5km를 걸어도 비경을 즐길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일명 '장원급제길'로 불리는 이 구간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길. 조곡약수, 이진터, 동화원, 책바위, 군막터 등이 있어 걸음을 무료하지 않게 해주거든요.

문경새재 옛길(과거길)은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의 3개의 관문이 있는데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6.5km 정도입니다.

12월에도 문경에는 이른 눈이 내리기도 하는데 눈 덮인 새재길 또한 운치가 있습니다. 문경행은 당일치기로 충분하지만 이왕 갔다면 소박한 민박집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것도 나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될 듯합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입구 일원에는 토속음식점과 민박집이 여럿 몰려있습니다. 또 수질 좋은 문경종합온천에 들러 지치고 세파에 시달려 온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도 좋습니다. 3천여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대규모 온천이며 칼슘이 함유된 중탄산천으로 색이 붉고 끈끈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피부미용에 효험이 높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문경새재 인근 유스호스텔 뒤편에는 사계절 즐기는 눈썰매장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

<사진협조: 영천시청, 문경시청>
글· 사진: 우성희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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