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단풍이 진 가을에 소개해드리는 세 번째 해설이 있는 그림~! 엔지니어링실
오늘은 첫 번째 소개해 드렸던 포항시립미술관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드리지 못했던 숨어있는 장소와 함께 새로운 전시, 바로 “PARA-TECHNOLOGIES”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자~ 그럼 한번 가볼까요?
첫 번째 해설에서 포항시립미술관으로 가는 법은 이미 소개해드렸으니 이번엔 생략하겠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은 첫 번째 글을 참고해주세요.
대신 포항시립미술관의 또 다른 모습. 바로 동물관 옆 미술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환호해맞이 공원에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건 다들 아시죠? 해맞이 공원엔 미술관 말고도 작은 동물원이 있습니다. 원숭이, 흰사슴, 타조, 꽃사슴, 토끼 등이 있답니다.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과의 만남으로 즐겁게 구경했습니다. 토끼나 꿩, 각종 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으니 어린 자녀분들에게 좋은 구경거리이자 교육이 될 것 같습니다. 동물들 옆으론 종류별로 꽃들과 팻말이 함께 붙어 있어서 식물도감 대신 직접 꽃들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가보겠습니다.
이번 전시는 POMA에서 10.28~12.11일 사이에 전시되는 파라테크놀로지 전입니다.
오늘의 전시주제는 기술적인 작업을 전제로 한 기계, 미디어, 시각,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테크롤로지 주제의 전시입니다. 과거 문명을 이끌었던 대표적 테크놀로지였던 스틸 개념을 확장하여 미래의 첨단기술로써의 스틸아트와 예술을 교차시켜 접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시작품 중 조각이나 조형물 대부분은 스틸을 사용하고 있으며 위의 코끼리도 스틸아트에 포함됩니다.
포항이란 도시의 지역성과 역사 속에서 스틸, 철이 빠질 수 없는 만큼 이번 ‘파라테크놀로지’전이 뜻깊은 전시로 다가옵니다.
이번 전시주제인 파라테크놀로지-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이라는 타이틀이 보이네요.
파라테크놀로지는 기생충의 prasite의 para와 기술의 technology의 합성어입니다.
팜플렛에는 “기존의 기술에 기생하는 테크놀로지로 관습적인 기술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변이, 생성시켜 또 다른 기술을 파생케 하는 개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쉽게 말해 파라테크놀로지는 주류나 효율성과 관계없이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장르, 삶의 미시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에 자리한 예술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쪽으로 치면 ‘키치’개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니 처음으로 눈 모양 조형물들이 떡 하니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기다란 스틸 조형물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눈이 달려있네요. 만화 21세기 소년에 나오는 눈 모양을 닮았네요. 철 구조물에 눈들이 다 달려있습니다. 작가 남지의 기계작업은 개인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포함하여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사유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눈을 많이 달아서 보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거군요. 눈이 많은 이유는 사회적 관계, 한 곳이 아닌 다양한 부분을, 여러 개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히 볼수록 디테일 퀄리티가 매우 높습니다. 이 작가는 용접과 조립에 일가견이 있어 보입니다.
[
바로 옆에는 다른 작품이 있습니다. 역시나 외계 느낌이…흠…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아. 메탈슬러그라는 게임에서 우주괴물과 닮았네요. 실제로 보면 둥근 뇌와 전기선으로 표현된 다리가 외계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저 유리관 속의 둥근 형상은 CD-ROM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른쪽의 저 유리플라스크 안의 구를 만지면 CD-ROM이 각기 열리고 반응하면서 움직입니다. 정말 미래사회의 기계를 만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작가는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조각가로서 가상과 실재의 영역을 예술로 끌어들입니다. 아이들의 눈에서 봤을 때는 예술이기 이전에 호기심 가득한 장난감이며 더 커버린 어른들의 눈에는 원초적인 자극이자 유년시절의 상상 속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게 합니다.
[
이번엔 조형물이 아니라 벽에 걸려있는 작품입니다. 정태섭 작가는 가시광선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 X-레이로 투과된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표현합니다. 노트북을 엑스레이로 찍어내 기술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도 하드웨어이긴 하지만 이러다간 언젠가는 소프트웨어나 철학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니터의 꽃을 표현하기 위해 연결된 칩과 메모리 등을 보여줌으로써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부를 알게 되니 기술이란 것이 조금은 더 친근해지지 않나요?
이층에 올라가면 엑스레이로 찍은 작품들의 연작이 있습니다.
꽃은 다르게 봐도 아름답네요. 이 작품 외에도 여자의 가방을 엑스레이로 찍거나 바이올린 연주모습을 찍은 작품들도 있습니다. 작품들 가운데는 3D안경이 함께 걸린 작품은 실제로 3D로 볼 수 있으니 안경을 쓰고 보시기 바랍니다.
아..아직 설명해드리고 싶은 작품들, 재미있고 감성적인 작품들이 너무나 많지만 스크롤 압박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소리를 작품으로 표현했던 이학승 작가의 작품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인터넷 댓글 중독증을 위한 소리약’이나 ‘양수 속에서’라는 작품들은 기술적인 부분이 감성에 실제로 치료약으로 도움을 주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치유의 기능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무지에서 오는 기술적 두려움을 피상적이지만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내면에 생겼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테크놀로지라는 것에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집니다. 작가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아~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구나’ 하는 일상적인 생각들의 연장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의 존재 이유는 '밥만 가지곤 살 수 없다'라는 고차원적인 인간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파라테크놀로지 역시 우리의 생활에 기술적인 풍요로움을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풍요로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 걸어가는데 해맞이 공원 한 가운데에 왠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것도 스틸아트의 작품 중 하나로
[프랑크게리, 댄싱피쉬(고베)]
미술관을 나오면서 우리회사처럼 현재 플랜트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만들어 내시는 각종 설비와 기술들, 이런 것들도 예술품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뚫어지게 모니터와 도면을 바라보며 만들어낸 작품들인데 말이죠. 이런 것들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네요.
오늘 3번째 해설이 있는 그림은 여기까지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일상 속의 예술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해설이 있는 그림 ㅣ 엔지니어링실 토건그룹 이승룡 기자> 나, 어떤 사람? 이런 사람!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철 건강관리 및 운동방법 (0) | 2011.11.23 |
---|---|
영천 보현산 해넘이와 문경 과거로의 산책-한해의 끝자락에서 나를 돌아보는 송년여행 (1) | 2011.11.20 |
디테일의 힘 (0) | 2011.11.07 |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2) | 2011.11.04 |
세월도 쉬어가는 보물섬, 신안군 ‘증도’ (0) | 2011.10.18 |